무기 국산화는 흔히 ‘자주국방’과 연결된다. 무기생산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을 경우 필요한 무기를 재생산하지 못하거나 유사시 후속 군수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전투를 치를 수 없는 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무기 국산화에 대한 열망도 크다. 그러나 무리한 국산화 추진, 100% 국산화에 대한 환상은 오히려 국방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핵심 기술에 대한 자체 개발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지만, 단순히 국산화율을 높이려고 욕심을 부렸다가 결국 전력화하지 못하고 실전배치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문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무리한 국산화 추진으로 전력화가 늦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가 K-2 차기전차(흑표)다. 2008년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선정한 한국군 무기 10선 중 유일하게 실전배치 되지 않은 흑표는 국산 파워팩(엔진+변속기) 개발 실패로 이미 개발 시한만 4차례나 연기됐다. 군 당국은 오는 6월부터 독일제 파워팩을 장착한 흑표가 실전배치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마저도 추가 배치분에 대해서는 9월로 예정된 시험평가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월 국군의 날에 선보인 군의 주요 무기들의 국산화율이 평균 78.1%로 조사된 것을 두고 일각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시가행진에 참여한 12종의 무기 중 K-10제독차의 국산화율이 98.9%로 가장 높았다. 이어 K-21 보병전투차량은 94.75%, K1A1전차는 79.83%, K-200 보병탑승차량은 71.67% 등이었다. 완전 국산화로는 보기 힘들지만, 여기에도 통계의 함정이 들어 있다. 관련 무기들의 부품 중 한국에서 생산 가능하지만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국산화를 추진하지 않은 부품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국산화율은 핵심기술 개발이 아닌 비용을 근거로 산출된다. 개발비와 부품단가에서 국내에서 제조하거나 조립한 비용을 나눈 것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경제적인 비용이 아니라 개발 가능 여부를 두고 국산화율을 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