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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은 북한의 급변사태 및 통일과정에서 굳건한 안보를 책임지는 기초체력이자 핵심 보루다. 더구나 종합군사능력이 아닌 북한과의 단순군사력 비교에서 한국이 80% 정도로 밀리는 것도 육군에 기인하는 측면이 많은 만큼 이 분야의 보완은 시급한 과제다. 현대전의 변화 양상을 예측한 육군력의 구조적 개선 문제도 숙제다. 문제는 눈을 돌려 이어도와 서해·동해에서의 군사갈등 가능성을 생각하면 육군에만 모든 전력을 집중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 또한 분명하다는 점이다. 군이 현존 위협세력(북한)에 대한 대비와 함께 잠재적 위협(주변국)을 고려해 미래 전력을 안배해야 하는 이유다.

그동안 육군은 북한의 압도적인 병력(102만 명), 전방 일대 포병(장사정포 등 8600문) 등 물량 측면에서만 대응하다보니 포병 전력에 유난히 집중 투자가 이뤄졌다. 현재와 미래 위협을 고려해 만반의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점에서는 불균형 해소작업이 절실하다. 통일 이후 포병의 역할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북한을 상대하기 위한 전력투자에 초점을 두고 대비하는 것만큼이나 영해와 영공 및 경제수역 방어를 위한 전력 투자도 균형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공군보다 많은 포병의 중기예산= 포병은 육군의 한 병과에 불과하지만 예산은 공군을 뛰어넘는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지난해 4월 작성한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 정책 방향’에 따르면 군의 주요 중기사업(5년 이내 사업) 중 포병 관련 총 사업비는 14조9500억 원에 달했다. 포병 사업 중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된 부문은 K-9 자주포 사업이다. 1998년 이래 8조6000억 원이 투입돼 ‘단군 이래 최대 사업’으로 꼽혔다. 이외에도 올해부터 시작되는 차기 다연장로켓(MLRS) 사업에 3조 원이 반영됐다. K-9 자주포에 탄약을 자동 장전해 주는 K-10 탄약운반장갑차 사업에만 1조8000억 원이 들어갔다. 미래 전력으로 꼽을 수 있는 군의 감시정찰·정보 사업의 중기 예산은 1조4300억 원 규모였다. 반면 공군의 주요 중기 항공사업(고정익기) 예산은 차기전투기(FX)-1·2차 사업(8조2000억 원)과 FA-50 경공격기 양산사업(2조7000억 원) 등 12조7900억 원이었다. 공군 관계자는 16일 “육군이 주력을 이루는 상황에서 예산에 차이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공군 사업은 수년씩 논쟁이 거듭되는 반면, 육군 사업은 당연한 듯 넘어갈 때가 많다”고 하소연했다. 한 해 한국의 방위력 개선비가 약 10조 원인 점을 감안하면, 포병에 투입된 예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군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국방부를 ‘포(砲)방부’로 부르기도 한다.

◆대화력전(對火力戰)도 육군으로 편중= 한국군은 유사시 포병 및 공군 전력 등을 통해 적지 종심지역 및 화력지원 수단과 지휘통제체제를 무력화시켜 전장의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대화력전’ 개념을 두고 있다. 육군과 공군 전력이 전쟁 초기 휴전선 인근에 배치된 적의 장사정포를 공격하고 반격 시 적의 주요 거점을 무력화시킨 후 기갑·보병 전력을 기동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초 이같은 합동작전 교범이 바뀌면서 군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공군의 역할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화력전의 범위를 나눠 근접지역은 육군이 담당하고 포병의 155㎜ 자주포나 다연장로켓의 사거리(40㎞)를 넘을 때는 공군이 그 역할을 맡았다. 바뀐 교범에서는 타격대상의 합동종심·근접·후방으로 명칭이 개정됐고, 그 역할을 모두 육군이 주도하게 됐다. 육군이 포병 및 지대지미사일, 공격헬기 등을 통해 후방지역 작전까지 수행한다는 것이다.

군사평론가 김종대(47) 씨는 “교범이 바뀌면서 화력지원협조선(FSCL) 너머에서 수행하던 공군의 역할을 육군이 주도하게 됐다”며 “이는 공군의 전투기 사업 필요성을 약화시키면서 육군의 포병 및 공격헬기 등의 사업을 강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 위주의 예산편성과 작전운용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통일 후에는 포병 전력을 현재와 같이 활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해 현존 위협 대비 전력과 미래 전력에 대한 투자 사이의 균형을 맞출 때가 됐다”고 말했다.

김상협·정철순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