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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따라 교육부가 앞으로 교과서를 편집하고 수정하는 ‘편수조직’을 만들어 교과서 검정과정에 직접 개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현행 검정 교과서 체제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일으킬 수 있어 이보다는 현재 검정체제 자체를 전면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9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가 교육과정과 교과서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겠다”면서 “직제를 개편해 교육부 내 편수 전담 조직을 두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과 일부 역사학자들은 이는 국정체제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하는 등 논란이 예고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정부가 검정과정에 개입하기보다는 국사편찬위원회(국편) 검정심의위원회의 부실한 검정 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독립 기구를 설치하는 등의 전면적인 개편을 하거나, 아예 국정체제로 전환하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검정체제 개편에서 가장 시급한 점은 현재 턱없이 부족한 검정심의위원 수를 늘리는 것이다. 현재 검정심의위는 위원장 1명, 연구위원 8명, 검정위원 6명으로 이뤄져 있다. 본심사를 담당하는 검정위원 6명 중에서도 3명만이 짧은 시간 동안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 모두 검수한다. 나머지 3명은 난이도 조절 등을 담당한다.

이 같은 부실한 과정 탓에 국편의 검정을 이미 통과한 교과서에 대해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구성한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 무려 829건의 수정 보완 사항을 짚어냈다.

국편의 전문성이 떨어져 국가가 예산을 지원해 검정교과서 전체를 총괄하는 독립적인 기구를 신설해야 한다는 논의도 나타나고 있다. 이 독립 기구에서 편향 논란을 줄일 수 있도록 명확한 집필기준을 만들어 검정 심사하고, 검정위원들의 자격기준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역사 분야뿐 아니라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국사 교과서 검정에 ‘자문’ 형식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개선안도 나타나고 있다.

박경귀 한국 정책평가연구원장은 10일 “현재 각 출판사들은 유사한 관점을 가진 이들을 집필진으로 구성해 다양성이라는 명목하에 결국 편향된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면서 “학계에서 인정받는 학자들이 교과서를 만들 수 있도록 집필진 기준을 강화하는 등 검정체제 자체를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집필기준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건국으로 표현하지 않는 것도 걸러내지 못할 만큼 엉성하기 때문에 집필기준을 대대적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