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 이념 논란을 통해 출판사의 집필진 선정, 집필기간 등 교과서 출판 과정 전반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교육부나 국사편찬위원회(국편)가 교과서의 집필진과 집필기간에 대한 기준을 명확히 세워놓지 않아 교과서 출판 과정이 출판사의 자체적 판단과 방식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엉터리 교과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다.

10일 교육부와 출판업계에 따르면 2011년 8월 ‘2009 개정교육과정’이 확정고시됨에 따라 각 출판사들은 집필진 섭외·선정, 교과서 주요 내용 확인 등 새 교과서 개발·제작 업무에 착수했다.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국편에 2012년 2월 교과용 도서 ‘편찬상의 유의점 및 검정기준 변경 및 세부검정기준’이 마련돼 이때부터 본격적인 교과서 제작에 들어갔다.

문제는 교과서 검정기준에 교과서의 내용에 대한 사항은 있으나, 집필진이나 집필기간에 대한 기준은 없다는 점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경우 2012년 12월 교과서 초본 출원 및 접수가 이뤄졌기 때문에 기준 고시와 출원까지 기간이 겨우 10개월에 불과했다. 학생들에게 역사 전반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교과서를 만드는 데는 부족한 시간이다.

또한 뚜렷한 집필진에 대한 선정 기준이 없어 출판사 자체 섭외를 통해 이뤄지는 것도 문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집필진에 대한 기준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검정심의위원회 검정위원이나 연구위원 임기 중이 아닌 자’ 정도의 기본적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역사학계는 지난해 10월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무려 829건의 수정·보완 권고가 내려지는 등 교과서 논란이 일어난 것은 이미 예견된 결과였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역사학자는 “출판사의 집필진 선정 능력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라고 설명했다.

유민환·박동미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