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지난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장항읍 현대건설 장항제련소 오염토양 정화 설비 시설에서 강완협(오른쪽)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 물환경연구팀 과장과 정재경 현대건설 장항제련소 정화사업 현장 공사과장이 오염토양 정화과정을 점검하고 있다. 서천=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지난 23일 오후 충남 서천군 장항읍 장항제련소.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 ‘물과 환경을 연구하는 팀’(물환경연구팀)이 대형 플랜트 공장 형태의 오염토양 정화(복원) 설비 앞에서 흙 정제 과정을 점검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 시설은 현대건설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대규모 중금속 오염토양 정화신기술을 시험하는 장치로 오염된 흙을 정화하는 시스템이다.

강완협 현대건설연구개발본부 물환경연구팀 과장(공학박사)은 “토양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염 현상이 악화되는 만큼 적극적인 정화 활동이 필요하다”며 “이 설비에는 앞으로 오염토양 정화 활동을 새롭게 바꿀 신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설비는 복원이 시급한 부지에 즉각적인 적용이 가능하고 시공성이 우수해 경제적인 오염토양 정화가 가능하다”며 “특정 크기의 오염토양만을 정밀하게 선택 분리 처리함으로써 오염된 토양만을 정화대상으로 하므로 처리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건설이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토양지하수 오염방지 기술개발 사업’ 국책과제를 수행하면서 최근 개발한 ‘다단형 사이클론을 이용한 선택적 토양입자 분리기법과 3가철(Fe3+) 개질활성탄을 활용한 무방류형 세척기법으로 구성된 비소 오염토양 정화기술’이 국내외 건설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건설이 개발한 신기술은 법정 기준치를 초과하는 고농도 오염토양에서 오염을 일으키는 특정 크기의 입자만 정밀하게 분리해 제거함으로써 오염토양의 정화작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염된 토양의 흙 알갱이를 크기에 따라 분류하고, 오염 정도에 따라 세척 방법을 달리하는 등의 정제 기술이 담겨 있다.

현대건설은 오염토양 정화 설비 신기술이 해외에서도 관심을 끌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 11월 싱가포르 주롱도시공사로부터 해안 중금속 오염토양 정화 기술 실증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다.

건설업계에서도 현대건설의 신기술이 상용화되면 건설공사 입찰 시 큰 이점(메리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은 물론이고 공단을 건설할 때 오염토양 정화신기술을 적용하고, 필수적으로 나오는 쓰레기를 활용해 에너지로 재사용한다면 시설물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준교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 물환경연구팀 부장은 “장항제련소는 1930년대부터 사용해 토양오염이 심각한데도 신기술을 적용해 원래 수준으로 복원했다”며 “토양정화에 필요한 비용 등 효율성에서 기존 토양정화 기술보다 한발 앞서 있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우위에 있다”고 자신했다.

건설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중대형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신기술·신공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건설수주 시장에서 신기술·신공법으로 입찰 우위에 서는 한편 신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현대건설은 올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오염토양 정화설비를 비롯, 다양한 신기술·신공법을 선보였다. 포스코건설도 최근 LG전자와 약 2년간 공동 연구를 통해 환경부로부터 정수분야 신기술 인증을 획득했다. 이 신기술은 관내응집방식을 이용해 물속 부유물과 응집제가 결합해 만든 불순물 덩어리(플록)의 형성 효율을 개선한 막여과 정수처리 기술이다.

대우건설도 올해 개발한 최첨단 복합제진공법인 ‘HY-CALM 시스템’이 소방방재청 주관 방재신기술 31호로 지정됐다. 이 밖에 울트라건설은 최근 대흥에코, 건용환경개발과 함께 환경부로부터 건설 폐기물처리의 핵심 자재인 골재 처리 비용을 46% 이상 절감하는 친환경 신기술인증을 획득했다. 국토교통부는 건설사들의 신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매달 ‘이달의 신기술’을 지정, 건설업계의 신기술·신공법 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서천 = 김순환 기자 s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