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파견 한국의 한빛부대에 일본 육상자위대가 실탄을 제공한 데 대해 미국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한·일 양국 관계가 역사문제 등으로 얽혀 냉각된 상태에서 이번 상황이 과거사 문제와 안보현안을 분리하는 출발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한·미·일 3각동맹의 부활을 내심 기대하는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23일 워싱턴DC의 외교소식통은 “미국 정부 인사들은 남수단에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파견된 한빛부대가 일본 육상자위대로부터 실탄 1만 발을 제공받은 것을 크게 반기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먼저 일본에 지원 요청을 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는 사실상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탓에 공식반응은 없었지만 한·일 갈등의 물밑중재에 나섰던 만큼 이번 실탄지원 요청과 제공이 한·일 간 새로운 관계의 출발점으로 작용하길 바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는 동북아시아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전향적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도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과거사와 안보협력을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아시아의 양대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의 불협화음은 피벗 투 아시아(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전략에 차질을 빚을 뿐 아니라, 최근 중국 정부의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에 대해서도 일사불란한 대처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북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에 있어서도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한·일 양국 관계의 균열이 점점 벌어질 경우 효과적 대응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미국 정부 주변에서는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연구원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한국은 실질적인 북한의 위협보다 가상적인 일본 군국주의 부활이 더 불안한가”라고 물으면서 “한국은 21세기의 중국이나 북한보다 1930년대의 일본을 더 두려워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그는 “일본의 안보체제 재편이 일본 군국주의의 부활을 대표한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은 워싱턴에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면서 과거사와 안보협력의 분리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김규현 외교부 제1차관은 지난 17일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 내년 1월중 개최될 한·일 전략대화를 설명하면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고 미국 측과 의견조율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