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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단에서 유엔 평화유지활동(PKO)에 참여하고 있는 한빛부대가 일본 자위대에 소총용 5.56㎜ 실탄 1만 발을 긴급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심상찮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현지에서 활동 중인 한빛부대 장병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유엔남수단임무단(UNMISS)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해명하고 있으나,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 등 군사적 영향력 확대를 정부가 먼저 정당화하는 명분을 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빛부대의 일본 자위대 실탄 긴급 수혈에 대해 “한·일 양자 간에 이뤄진 게 아니라 UNMISS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한빛부대가 비전투부대라 최근 남수단의 급변 사태에 대응할 만한 무장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며 “워낙 긴급하게 상황이 돌아가다 보니 우선 UNMISS에 도움을 요청했고, UNMISS의 주선으로 미국과 일본 측으로부터 지원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일본의 군사적 영향력 확대 명분을 강화해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이번 조치는 유엔 PKO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며, 한·일 간 문제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른 정부 관계자도 “한국이나 일본이나 평화유지활동이라는 똑같은 모자를 쓰고 활동하고 있는 와중에 독특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라며 “거꾸로 일본이나 다른 국가들로부터 지원 요청이 왔더라도 우리 정부는 지원을 마다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가 한·일 관계와는 무관한 인도주의적 사안이며, ‘과거사와 안보협력 분리 대응’이라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한빛부대가 긴급히 무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번 조치가 해방 후 군이 일본으로부터 군사적 지원을 받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선례가 될 뿐 아니라, 자위대가 PKO법에 따라 외국에 무기를 공급한 첫 사례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대한민국 부대가 일본으로부터 이런 식으로 실탄을 지원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 대표는 “이명박정부 말기에 한·일상호군수지원협정(ACSA) 등을 밀실에서 추진한 게 문제가 돼 청와대 인사가 그만두는 사태까지 있었는데, 이번 조치는 그와 유사한 사례”라며 “현실적으로 일본과 군수지원을 하는 게 도움이 되지만 이는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안보협력을 하더라도 이번처럼 상황에 떠밀려서는 안 되며 일본의 우경화 중단 여부, 외교·안보 상황에 대한 고려 등을 통해 국민적 동의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조치가 한·일 간 군수협력의 선례로 남아 우리 정부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이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을 적극 지지하면서 한·미·일 3각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할 말이 더 없어지게 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미국은 자국을 중심으로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따로 도는 ‘허브 앤드 스포크(Hub and Spoke)’ 형태를 한·미·일 3각 안보동맹으로 전환하기 위한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