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열린 김정일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추모사와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 등의 결의연설은 1년 전인 1주기 때 그것들과 비교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핵’ 관련 언급은 2주기 추모사 발언에서는 아예 빠졌으며,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찬양 부분이 1주기 때에 비해 크게 늘었다.

18일 문화일보가 김정일 1, 2주기 추모사 발언을 분석한 결과 1주기 때 김영남과 최룡해가 각각 한 번씩 언급했던 핵에 대한 언급은 2주기 때는 없었다. 1주기 추모사에서 김영남은 김정일에 대해 “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군사강국, 당당한 핵보유국의 지위에 올려세우는 민족사적 공적을 이룩하시었다”고 했고, 최룡해는 “우리 조국을 그 어떤 원수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불패의 정치사상 강국으로, 핵 억제력을 보유한 무적필승의 군사강국으로 전변시키신”이라고 말했다.

핵과 관련한 언급이 빠진 것은 중국과 가까웠던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전격 숙청 등으로 중국의 심기가 불편한 상황에서 중국을 향한 유화 제스처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상대적으로 김정은에 대한 찬양은 크게 늘었다. 6500자 분량의 1주기 김영남의 추모사에서 김정은을 지칭하는 표현은 4000자가 지나서야 처음 등장해 전체 추모사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했다. 내용 중 많은 부분도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는 곧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사상과 영도”라는 식으로 김정일과 김정은을 논리적으로 연결하는 데 치중하고 있다. 추모사의 마지막도 “모두 다 위대한 김일성 동지의 후손답게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전사, 제자답게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의 영도에 따라 사회주의 강성국가 건설위업, 주체혁명위업의 최후 승리를 향하여 힘차게 싸워 나가자”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순으로 김씨 3대 일가를 모두 열거했다.

반면 5400자 분량의 김영남의 2주기 추모사에서 김정은을 지칭하는 표현은 전체 글의 3분의 1 지점부터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어서 추모사의 절반가량이 김정은에 대한 찬양으로 채워져 있다. 표현도 “우리는 위대한 김정은 동지밖에는 그 누구도 모른다는 억척불변의 신념을 간직하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영도 체계를 튼튼히 세우는 사업을 주체혁명의 생명선으로 확고히 틀어쥐고 나아가며” 등 김정은의 유일지도체제에 대한 노골적인 찬양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영남은 추모사를 “모두 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의 두리(둘레)에 굳게 뭉쳐 위대한 김정일 동지의 위업, 주체혁명위업의 빛나는 완성을 위하여 더욱 힘차게 싸워 나가자”고 마무리해 1년 전과 차이를 보였다. 김일성에 대한 언급이 빠지고 김정은이 김정일보다 먼저 언급됐다. 이는 1주기 때는 아직 김정일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강했지만, 2주기 추모식은 탈상(脫喪) 성격을 띠고 있어 김정은 체제가 본격화됨을 보여준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