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평양체육관에서 거행된 김정일 2주기 중앙추모대회에서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 인물들이 주석단에 이름을 올린 것을 놓고 “장성택 인맥이 건재하다”고 보는 것은 섣부르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석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이라 하더라도 숙청을 완전히 피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숙청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른바 장성택의 행동대장들로 볼 수 있는 부부장급(차관급) 인사들의 신변 문제가 추가 숙청 향배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앞으로 숙청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한 ‘망명 도미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추모대회에서 장성택 숙청을 주도한 인물 중의 하나로 알려진 민병철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보이지 않은 점도 의아한 대목이다. 민 부부장은 과거 2004년 장성택 숙청을 주도했다가 2010년 6월 갑자기 교통사고로 숨진 리제강 전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의 수하 출신이다.

유동열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18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주석단의 면면으로 숙청의 방향과 규모 등을 예측하기는 힘들다”면서도 “장성택의 부부장급 심복들이 얼마나 숙청을 당할 것인지가 중요한 포인트지만 잘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석단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은 것과 관련해 그는 “당장 당·정·군에 큰 변화를 주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같은 맥락에서 숙청이 수년간에 걸쳐 서서히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경우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3년 뒤인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소위 ‘심화조 사건’으로 알려진 숙청 작업을 통해 당 간부와 가족 등 2만5000여 명을 제거하고 권력기반을 다진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조영기(북한학) 고려대 교수는 “주석단의 면면을 보면 주민불안 등 부작용을 의식하고 숙청의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김일성의 갑산파 숙청이나 김정일 집권시기 심화조 사건에서 보듯 서서히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숙청은 현재진행형이며, 주석단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도 언제든지 숙청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후속 숙청작업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매해 4월에 열리는 정기국회 격인 최고인민회의 제12기 8차회의나 국방위와 내각 등에 대한 인사권을 가진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대대적인 인사쇄신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추모대회 주석단에는 ‘장성택 라인’으로 알려진 로두철 내각 부총리, 김양건 당 비서,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