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청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으로 지난 9월 말∼10월 초 중국으로 도피해 망명을 요청한 인사가 중국 내 대한민국 공관에서 군과 정보당국의 합동심문 절차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이 인사의 북한 내 위치와 북한에서 빼내온 것으로 보이는 정보들에 대해 관심이 모아진다. 일단 이 인물은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군 출신이며 핵실험 등을 포함한 군사 분야와 관련한 북한 내 핵심정보를 쥐고 있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그동안 이 인사의 최종목적지를 놓고 중국과 미국까지 가세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진 상황에서 이 인사에 대해 정부가 합심 절차를 밟고 있다는 것은 이 인사의 신변이 한국행으로 기울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국내 송환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첩보가 전해지는 가운데, 대북 소식통들 사이에서는 “이미 한국에 도착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한 외교소식통은 18일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동안 알려진 망명인사 외에 외교파트의 고위관리도 포함되는 등 두 명 이상이라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17일 화상 전군지휘관회의를 소집하면서 밝힌 북한의 1월 말 ∼3월 초 도발 가능성 발언 등이 우리 정부의 합심과정에서 이 인사로부터 나온 정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은 이 인사가 북한 인민군 상장(한국 중장에 해당) 계급을 달고 북한의 무기 생산 및 거래, 지도부의 비자금 관리를 각각 담당하는 제2·제3경제위원회 업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제2경제위원회는 재래식 무기부터 핵에 이르는 군수제품 전체의 계획과 생산·판매·분배를 관장하는 기구이며 제3경제위원회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곳으로, 각종 이권 사업체를 운영하는 기관이다. 북한과 시리아·이란·쿠바 등 사이에 핵·미사일을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 거래 의혹이 제기돼온 터에 이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김 장관이 최근 국회 답변에서 장성택 숙청 시점을 9월 초라고 밝힌 점은 이 인사의 망명시점이 9월 말 ∼10월 초인 점을 감안할 때 이미 상당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 인사의 소재와 북한 내 위치, 소환 가능성 등과 관련해 정부 당국자는 “남북이 대치 중인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그만큼 민감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통한 소식통들은 이 인물이 북한의 무기거래·군수업무를 총괄하는 제2경제위원회 업무와 김 제1위원장의 비자금을 관장하는 제3경제위원회 업무의 일부를 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인사의 망명이 성사될 경우 북한의 군사기밀은 물론, 요동치는 북한 권력체제의 향배에 대해서도 상당한 고급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소식통들도 이 인물의 신변과 관련, “장성택이 김 제1위원장의 비자금을 관리해왔고, 공개 처형된 측근 리룡하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이 제3경제위, 이 망명인사가 2경제위를 주로 담당했다는 점에서 이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예사롭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이 인사가 처형된 장성택의 숙청을 피해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숙청의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정보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