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으로 탈출해 망명을 희망하고 있는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측근 인사에 대한 합동심문에 대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하지는 않고 있지만, 합동심문조는 과거 예를 볼 때 국가정보원과 국군기무사령부 등 관계자들로 구성된 것으로 18일 전해졌다. 이번 사건도 중국 베이징(北京) 한국공관 및 서울에서 파견된 관계자들로 짜인 합동심문조가 이 망명인사의 의도, 정보의 가치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반 탈북자를 대상으로 한 합심조는 국정원과 경찰, 군이 탈북경위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지만, 북한군 고위급 인사의 경우에는 군 정보당국을 중심으로 정보판단을 확인하기 위한 합심조가 만들어진다. 군 정보당국 관계자는 이날 “일반 고위인사나 탈북자와는 다르게 북한군 인사들의 정보는 군에서 구체적으로 분류하고 있다”며 “이번 합심조 구성도 군 정보당국과 국정원, 외교부 등이 맡아 신빙성 여부를 가리고 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주민 탈북의 경우에는 기초적인 신원조사와 함께 위장월북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받지만, 고위인사들은 이른바 ‘확신범’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많아 주요정보 등을 검증받는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 등 정보기관은 기존 탈북자를 통해 성향과 최근 행적 등을 확인하고 군 정보당국은 북한군 정보에 대한 신빙성 및 유출 경위 등을 강도 높게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망명을 위해 중국 주재 한국공관에 머무르고 있는 이 인사의 조사에 대해 군 정보당국 관계자는 “합동심문이 진행 중이어서 기본적인 관등성명도 외부에 알릴 수 없다”면서도 “군의 정보판단은 이중 삼중으로 이뤄져 사실을 가리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보판단에 소요되는 시간에 따라 합동심문은 한국으로 입국한 후에 추가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측근 인사가 한국으로의 망명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외교 당국에선 합동심문과 함께 입국 경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신원조사가 확실히 이뤄지면, 정보판단 등으로 이뤄지는 조사는 추후에 국내에서 진행해도 된다”며 “고위급 인사의 급작스러운 망명이었기 때문에 정보판단을 위해 군 관계자들을 긴급히 파견한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급 인사의 입국은 중국과 제3국 등의 외교관계를 고려해 수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인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 1997년 2월 주중 한국 대사관에 망명 신청을 한 후 필리핀을 거쳐 두 달 후인 4월에야 입국할 수 있었다.

한편 군 정보당국에선 장 부위원장 처형 후 추가로 이어질 수 있는 북한 고위급 인사의 탈북에 대비하기 위해 중국으로 보낸 인원을 당분간 유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