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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간 8000억 원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하며 ‘성과급 잔치’를 벌인 지방공사들이 만년 적자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일부 지방공사는 부채비율이 자기자본의 최대 20배에 달하는 등 최악의 경영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공사의 방만한 경영이 가능한 배경으로 재무건전성 비중이 낮은 경영평가 기준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분석돼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높은 부채비율에 자본잠식 심각 =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가 58개 지방공사의 재무 상태를 조사한 결과 태백관광개발공사의 경우 지난해 기준 부채 규모가 3392억 원에 달해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이 무려 2036%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용인도시공사의 부채비율이 499%로 뒤를 이었으며, 하남도시개발공사 371%, 인천도시공사 356%를 기록하는 등 상당수 지방공사들의 부채비율이 200%를 훌쩍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지방공사들이 짊어지고 있는 부채가 52조 원에 달하는 데다 4년 새 부채 규모가 20조 원이나 증가하는 등 부채 증가 속도 역시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현재 서울메트로의 부채 규모는 3조3000억 원에 달하고 경기도시공사와 인천도시공사 역시 각각 8조4357억 원과 7조9272억 원의 빚을 짊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지방공사들이 부담해야 하는 이자비용만 연평균 3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하듯 지난해 기준 58개 지방공사 중 22곳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자본잠식이 지속적으로 진행된 17개 지방공사는 최근 몇 년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자칫 자본금을 출자한 지방자치단체까지 재정난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다.

◆ 적자 신경 안쓰는 경영평가 기준 = 지방공사들의 경영상태가 악화일로를 걷게 된 주된 이유로는 재정건전성을 무시하는 경영평가 기준이 꼽힌다. 현재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가장 중점적인 부분은 ‘과연 설립 목적에 맞게 경영됐느냐’로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 등 재무건전성 비중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이 때문에 지방공사들이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재무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신경을 덜 쓰게 되고 막대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수천억 원의 성과급을 챙기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바른사회 관계자는 “민간기업이라면 해마다 큰 규모의 적자를 보며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 임직원들에게 막대한 성과급을 주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경영평가와 성과급 지급 기준에 재무상태를 반드시 연계해 영업손실이 커질 경우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철 기자 jjangbe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