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전격 공개된 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장면은 ‘정적’을 제거해 자신의 독재권력을 공고히 하는, 3대째 이어져 내려오는 ‘피의 숙청’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역시 권력을 이어받고 1인 독재 구도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경쟁자를 숙청하고 이를 공개하는 ‘공포정치’를 구사해왔다. 이 같은 숙청을 통한 권력 공고화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북한의 ‘3대 세습’의 정당성이 약함을 보여준다. 특히 고위급 인사의 체포 사진이 공개되는 것은 1970년대 이후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은 1956년 8월 당시 연안파(중국 혁명 참가파)의 거두였던 최창익, 김두봉, 소련파를 이끌던 박창옥 등이 “종파 활동을 했다”며 완전히 숙청했다. 이 ‘8월의 종파사건’을 거치며 김일성은 단일체제 구축을 완성하게 된다. 이어 10여 년 뒤인 1967년 김일성은 자신과 함께 항일 무장 투쟁을 벌였던 세력인 ‘갑산파’를 숙청함으로써 김일성 유일 체제를 구축한다. 이들에게는 수정주의, 반당(反黨) 등의 딱지가 붙었지만, 결국 김일성 유일지도체제 구축에 걸림돌이 됐기 때문에 숙청된 것이다.

이 같은 숙청은 아들인 김정일에게도 그대로 이어졌다. 김정일은 김일성의 후처인 김성애의 아들이며 자신의 이복형제인 김평일을 외국으로 쫓아내는 것을 시작으로 숙청을 통한 유일권력체제 구축을 시작했다. 1974년 2월 후계자로 공식 확정된 김정일은 이듬해 김일성의 친동생인 김영주 조직지도부장을 숙청한다. 친·인척을 권력에서 몰아낸 점은 이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장성택 숙청과 닮아 있다. 김정일은 1976년 6월 자신이 후계자로 지목된 이후 추진하던 세대교체 작업에 불만을 가졌던 김동규 당시 부주석을 반당 종파행위자로 규정하고 다음 해 숙청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을 거쳐 김정일의 후계체제가 공고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일은 1997년 서관희 농업비서를 간첩 혐의로 처형하는 등 1994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사상을 검열하는 ‘심화조’를 만들어 고위 간부들을 솎아 내는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