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가 시련기에 접어들 것인가.

북한 내 2인자이자 독보적인 중국통인 장성택(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이 북·중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북·중 권력상층부 간의 인적교류뿐 아니라 정치·경제 모든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양국 간 끈끈한 연을 과시했던 원로세대가 속속 퇴장한 이후 장성택의 자리를 메울 대타 인물도 없다. 장성택이 중국에 심은 최측근 지재룡(71) 주중 북한대사의 거취도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대적인 숙청 과정에서 지 대사의 포함 여부가 북·중 관계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로 분석한다.

10일 현재까지 지 대사 소환설은 없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지 대사가 벌써 장성택 비판대열에 합류하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 대한 충성을 거듭 맹세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럼에도 장성택 일당의 20여 개 범죄혐의에 김 제1위원장의 강한 분노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숙청 기류가 감지될 경우 지 대사의 망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양국 관계는 일파만파 후폭풍이 불가피하다. 중국 현지 분위기도 관측이 엇갈린다.

“지 대사가 중국 측의 두터운 지지를 받으며 일처리를 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변에 이상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장성택의 죄상에 담긴 경제 매국행위, 자본주의 생활 탐닉, 사리사욕 등이 중국 내 북한의 무역·외화벌이 사업과 모두 연계돼 있어 공범 혐의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반론이 맞서 있다.

거꾸로의 해석도 가능하다. 중국 내에 포진한 장성택의 측근 세력들이 대부분 김 제1위원장의 금고지기 활동을 해왔고 깊숙한 내막을 알고 있는 데다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이들의 망명 러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내치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더구나 중국과의 연을 만들기 위해서는 김 제1위원장이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도 장성택을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미 확인했다.

장성택이 북·중 교역의 대부분을 관장해온 사실에 비춰 이 분야에서는 외형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북한 내 경제개발특구는 모두 중국의 투자유치를 겨냥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렌구이(張璉？？) 교수는 “장성택 실각 이후 북한의 대외 경제협력이 정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흥규(정치외교학) 성신여대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김정은 정권이 공고화될수록 새롭고 과감한 정책을 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도 있고, 그동안 공들여온 개혁성향의 장성택 라인이 무너지는 건 당혹스러운 일로 당장은 손실로 생각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추가 숙청 가능성이 높은 장성택의 인맥 수만 명 가운데 상당수는 경제 분야에 쏠려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당 행정부 소속 간부들과 함께 중앙당 38·39호실 산하 외화벌이 기관장, 각 도·시·군 단위 행정부 간부들, 체육계 인사도 포함된다. 주요 인사들로는 김영춘 전 인민무력부장, 박명철(전 체육상) 국방위원회 참사, 김기석 국가경제개발위원장, 리철석·김철진 부위원장, 리수홍 조선합영투자위원장 등이다.

김상협 기자 jupiter@munhwa.com,

베이징 = 박선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