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일본 아사히(朝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파워로 남겠다”면서 ‘상주(常駐) 태평양국가론’을 강조한 것은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형성한 세계질서를 유지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국의 아태지역 리더 국가론’과 ‘중·일 간 위기관리체제론’을 동시에 강조함으로써 동북아시아의 현상유지를 흔드는 그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보였다. 이는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CADIZ) 선포로 시작된 동북아 판세 흔들기에는 물론 일본과 한국의 현상파괴 동참 움직임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또한 역내에서 힘의 균형과 안정을 유지하는 맹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아시아중시정책, 즉 ‘피벗 투 아시아(Pivot to Asia·아시아로의 외교중심축 이동)’ 정책과도 맞아떨어진다.

바이든 부통령은 인터뷰에서 미국의 아시아 중시 ‘재균형’ 정책이 끝날 것이라는 우려와 회의론을 묻는 질문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외교적·군사적으로 미국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상주하는 태평양국가”라고 강조했다. 그가 이어 미·일 동맹과 한·미·일 3각 안보체제를 강조한 것도 ‘피벗 투 아시아’ 정책의 핵심이자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의 확대를 놓고 중국과 한국에서 비판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서도 일본의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그는 “미국과 일본이 사이버 안보, 탄도미사일방어 등 상호방위지침 개정에 합의한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감안할 때 이해하기 쉬운 일”이라며 “이 같은 (동북아 정세) 변화는 일본이 국제평화와 안전을 지원하는 데 이미 역할을 해왔지만 더 많은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역할 확대와 집단적자위권을 인정했다.

그는 또 한·미·일 3각안보체제와 관련, “일본이 주변국의 오해를 막는 노력을 해온 것을 환영한다”면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 두 민주주의 지도국가가 함께 공동위협(common threats)에 대처할 때 동북아가 더 강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미·일 3국이 공동의 이해와 공동의 가치를 증진시키는 데 공동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언급한 공동위협은 북한과 중국을 동시에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부통령은 이 같은 맥락에서 오는 6일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적극적인 한·일 관계 정상화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한·미·일 3각 공조를 궤도에 올려놓아야 하는 것과 함께 현재 ‘강(强) 대 강’으로 첨예하게 맞서 있는 동북아의 갈등 조정자 역할도 자처하고 나섰다. 그가 제안한 것은 중·일 간 위기관리체제다. 그는 “(중·일) 양국이 위기관리 및 신뢰 구축을 위한 제반 조치 확립에 합의할 필요가 명확하게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중·일 영유권 갈등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주변에서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양국 정상과의 회동에서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11월 28일 중국 탕자쉬안(唐家璇) 전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전·현직 일본의원들과 만나 방공식별구역에서 쌍방 군용기 간 예기치 않은 충돌사태를 피하기 위한 공중 위기관리 체제를 구축하자고 제안한 바 있고, 일본 측도 센카쿠 관련 돌발사태를 막기 위한 중·일 간 ‘핫라인’의 필요성을 누차 거론한 바 있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