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동아시아 전문가인 래리 닉시 전 미의회조사국(CRS) 선임연구원은 2일 독도영유권 논란과 관련, “한국의 주장이 일본보다 분명히 강하다”며 “일본은 이 같은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밝혔다.

CRS 선임연구원 출신으로 현재 한미문제연구소(ICAS)에서 활동 중인 닉시 박사는 이날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김학준) 주최로 미 워싱턴DC 내 조지워싱턴대에서 열린 ‘카이로선언 7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19세기 메이지(明治) 시대 때 일본 정부에서 나온 문건들을 보면 많은 경우에 독도가 한국 영토라고 밝히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닉시 박사는 특히 “일본 측 주장대로라면 1905년에 국제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협상을 하고 조약을 맺어 독도를 사들였어야 했으나 일본은 그 같은 조약을 제안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동을 취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서 독도가 반환 대상에서 누락된 것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라며 “미 국무부가 기록관리청에 지시해 당시 비밀자료들을 확인해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닉시 박사는 “오늘날 독도문제는 한·일 간의 최대 갈등요인”이라고 전제한 뒤 “독도 주변에서 앞으로 석유나 천연가스가 발견되거나 일본이 재무장하는 경우 매우 위험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어나는 분쟁은 10년, 20년, 또는 30년 후 독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주고 있다”고 경고했다.

닉시 박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5억 달러 대가설’을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던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다.

닉시 박사는 CRS 선임연구원으로 있던 지난 2003년 보고서를 통해 당시 김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5억 달러를 정상회담 직전에 송금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학술회의에서 존 쇼트 메릴랜드대 교수는 카이로선언 이후 동해(East Sea) 대신 일본해(Sea of Japan)가 국제적으로 통용된 데 대해 “1929년 모나코에서 열린 국제수로기구 총회에서 일본해 표기로 정해진 게 결정적”이라며 “이것은 패권적인 식민지 시대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 = 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