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30일 2014년도 예산안 처리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며 진통을 겪었다.

새누리당이 예산안 처리의 법정기한인 내달 2일 민주당이 불참할 경우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가운데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일방통행식 의사진행과 예산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맞섰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10시 민주당의 불참 속에 단독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단독 처리 방침을 재확인했다. 아직 법정처리 시한이 남은 만큼 여야는 이날 결국 각각 자체적인 예산안 심의에 착수했다.

이군현 위원장은 “법정처리 시한인 2일 오전 10시에 다음 회의를 개의해 민주당이 불참하더라도 심사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면서 예산안 상정을 보류한 뒤 정회했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광림 의원은 “월요일(12월2일) 3일차 회의에서는 어떤 결단을 내려 의사진행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무위원들께는 평상시 일을 보게 하고 우리 새누리당 의원들은 다시 모여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준비하는 공부를 하도록 준비해놨으니 그 모임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불참한 민주당 의원들을 한 목소리로 비판하며 다음 회의가 예정된 내달 2일을 사실상 예산안 단독 처리 기한으로 못 박았다. 당장 예산안을 상정해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류성걸 의원은 “이번 주말까지밖에는 기다릴 수 없다. 월요일에는 어떤 형태로든지 예산이 상정돼 종합정책질의와 부별 심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종범 의원도 “오늘 오후나 월요일까지는 무조건 우리 단독으로라도 반쪽으로라도 상정하고 진행하길 부탁한다”고 촉구했다.

이장우 의원은 “위원장과 간사는 금일 중이라도 야당 간사와 협의하고 당 지도부와 협의해 정 야당이 불참하면 여당 의원들끼리라도 상정하길 부탁한다”고 주장했고, 박대출 의원도 “야당이 국회를 외면한다면 우리 참석한 의원들만이라도 예산 심의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찬 의원 역시 “합의한 것도 안 지키고 대화도 안 하는 야당을 왜 기다리나. 내일부터라도 위원장의 결단으로 예산을 심의하는 게 맞다”고 위원장의 결단을 촉구했고, 함진규 의원도 “단독 상정이 바람직하다”고 힘을 실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2014년도 예산안 심사를 자체적으로 개최하고 새누리당의 일방통행식 의사진행과 예산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정부 예산안에 대해 ‘반민생의 극치’로 규정하고 “셀프준예산의 공갈협박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야당을 압박할 생각은 하지 말라”며 “의사일정 중단은 불통정권의 반민주 반민생 불통의 폭주를 막기 위한 불가피한 저희들의 브레이크이고 필사적인 노력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최재천 의원은 준예산 편성에 선을 그은 뒤 “민생의 핵심인 예산안은 의회주의에 따라 여야가 합의 처리해야 되고 우린 그럴 준비가 돼 있다”며 “예산안에 대한 합의상정 없는 날치기 단독상정은 또 다른 국민에 대한 겁박이다. 당장 이런 언동을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민주당 예결위원들은 이번 예산안에 대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국제적 기준과는 동떨어진 3.9%로 상정한 점을 지적하며 세수감소를 우려하는 한편, 지방재정 건전성 문제, 지방 불균형 심화 등 다양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관석 의원은 “박근혜정부의 예산안은 약속도 없고 미래도 없고 다음 세대에 엄청난 부담을 넘기는 예산”이라며 “새누리당이 일방적으로 단독 심사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고 불신만 자초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홍의락 의원도 지하경제 양성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상공인과 관련, “지금 어려운 것은 거의 생각하지 않고 내일 아침 해가 떠오르면 잘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산”이라며 “오늘 밤을 견디지 못하고 내일의 따뜻한 태양을 볼 수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묵과한 독선적, 모순적 예산”이라고 비난했다.

박수현 의원은 “새누리당이 통과시키자고 하는 예산안은 사실은 농민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거나 지방과 서민에 대한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며 “빈 가방 들고 학교 간다고 공부 잘하는 것은 아니다. 책가방 들고 학교 간 것 갖고 생색내기 말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예결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오후 만나 예산안을 가능하면 서로 합의처리하는 게 좋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면서 접점을 모색했지만 결국 기존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동에서 김 의원은 “더 이상 기다리기 어렵다. 예산심사는 따로 진행해나가자”고 주장했고, 최 의원은 새누리당의 일방적 국회운영을 비판하며 “좀 더 큰 틀에서 당 지도부 차원의 연말 국회운영에 대한 정무적인 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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