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들의 2014년 임원인사가 본격 시작된 가운데 철저히 실적과 성과를 중심에 놓은 ‘신상필벌’ 원칙이 재계 임원인사의 핵심 화두가 되고 있어 주목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다음 주 중 계열사 사장단부터 임원진 인사까지 순차적으로 임원인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사장 인사는 오는 12월3∼4일, 임원 인사는 6∼9일 사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 인사는 신상필벌 원칙이 그 어느때보다 분명히 적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상 최대 실적 경신 행진을 거듭한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승진 대상자와 신규 임원 숫자는 늘고, 반면 실적이 좋지 않은 삼성엔지니어링 등 건설과 화학계열사에는 삼성전자 출신의 이동을 통한 ‘1등 유전자 심기’도 점쳐지고 있다.

최근 품질 문제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연구·개발(R&D) 부문 임원들의 사표를 수리했던 현대자동차그룹은 2014년 1월 초 일반 임원 인사에서 이 같은 신상필벌 원칙이 더욱 엄격히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솔그룹은 이날 한솔 PNS 대표이사에 강병윤 영업담당을 선임하고, 최두회 한솔 EME 대표이사를 한솔신텍 대표이사까지 겸직토록 하는 내용의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한솔 관계자는 “두 명의 대표이사 모두 자질이 우수한 데다 그동안 보여준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것”이라며 “신상필벌과 불투명한 사업환경에서 위기 돌파에 전력을 다하라는 취지의 인사”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지난 27일 인사를 단행한 LG전자는 “글로벌 경영의 포석을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면에는 신상필벌이 엄격히 적용된 것으로 평가된다.

LG는 사업실적이 부진했던 HE(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을 권희원 사장에서 하현회 사장으로 교체한 반면,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사업본부에서 ‘G시리즈’ 등을 만들어내며 LG전자의 휴대전화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은 박종석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LG화학 대표이사 겸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인 박진수 사장도 전기차 배터리 분야 등 글로벌 소재기업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같은 날 인사를 단행한 GS그룹 역시 지난 3분기까지 8000억 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낸 책임을 물어 GS건설 임원진을 대폭 교체했다. GS건설 상무 이상 임원 62명 가운데 21명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반면 해외 사업장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엔지니어들을 대거 발탁했다. 상무 승진자 16명 가운데 14명이 해외 플랜트나 토목 담당이었다.

노성열·장석범 기자 nos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