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27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전자 딜라이트 전시관에서 모델이 손가락이 비치도록 투명하고 얇은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구부려 보이고 있다.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우리나라 전자업계가 TV와 스마트폰에서 세계 1등을 놓치지 않는 숨은 배경에는 디스플레이 기술이 있다.

음극선관(브라운관)에서 플라즈마디스플레이(PDP) 및 액정표시장치(LCD)를 거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진화하는 TV 패널과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쇼크로 시작된 스마트폰의 모바일 디스플레이 기술은 삼성 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양대 업체가 독보적인 세계 1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2020년까지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OLED, 휘는(flexible) 디스플레이로 일본, 미국과 추격자 중국 등을 저만치 따돌릴 것으로 보인다.

LCD 시대만 해도 일본·한국·중국 순이었으나 OLED 시대로 접어들면서 중국과의 격차는 물론, 일본도 넘볼 수 없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디스플레이 업계의 앞선 기술력 지원을 업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완제품 업체들도 커브드(곡면) OLED TV, 갤럭시 라운드, 지플렉스 등 TV와 스마트폰에서 혁신 제품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카피캣(모방자)이라 비아냥거렸던 애플도 내년 중 휘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부품 계열사가 보유한 디스플레이 분야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TV용 디스플레이는 대형화에 장기를 가진 LG디스플레이가 이끌고 있다. LGD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선봉장 역할을 할 OLED TV의 시장 선점을 위해 올 2월 업계 최초로 7063억 원 규모의 8세대(8G) WRGB(백적녹청) OLED TV 신규 라인 투자를 결정했다.

앞서 1월에는 세계 최초 TV용 55인치 OLED 디스플레이 양산을 시작한 데 이어, 지난 10월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3)에서는 세계 최대 77인치 초고해상도(UHD) 곡면 OLED TV를 선보였다. 또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의 수요 폭발에 따라 모바일 디스플레이에도 올해 4조 원의 기존 투자에, 3분기부터 중소형 LCD 패널에만 8326억 원을 신규 투자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휘는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에 일가견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 삼성 SDI중앙연구소의 연구로 시작된 플렉시블 기술은 2011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내 플렉시블팀 구성에 이어, 휘어지는 고온용 플라스틱인 폴리이미드 생산을 위한 일본 우베코산과의 합작법인 출범으로 달려갔다. 그 결실이 9월 풀HD OLED 양산과 갤럭시 라운드란 신제품으로 나타났다.

특히 5월 캐나다 밴쿠버의 디스플레이 전시회 SID에서 코닝사가 선보인 버드나무 유리(Willow Glass)는 관심의 초점이다. 강하면서도 얇고 유연한 이 기적의 유리는 OLED와 LCD 양쪽에 장착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올 4분기 월 150만 대의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할 수 있는 공급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증설 중인 라인은 유리 기판과 플라스틱 기판을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 가능한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노성열 기자 nosr@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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