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35조 원으로 추산되는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각종 세액공제 혜택과 조세감면 제도의 대규모 축소를 예고하고 법인세마저 인상할 움직임을 보이자 재계가 “사실상의 증세”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 같은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자칫 대기업의 투자의지마저 꺾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1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법인세 인상과 세액공제 혜택 축소를 골자로 하는 ‘법인세 인상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 5개’를 비롯,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6개’ ‘소득세법 개정안 3개’, ‘국세 기본법 개정안’이 11월 정기국회에서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재계는 특히 지난 8월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에서 기존에 10%로 일률적으로 적용했던 연구·개발(R&D) 설비투자 세액공제를 대기업 3%, 중견기업 4%, 중소기업 5%로 세분화시키며 사실상 대기업들의 세액공제혜택 축소를 예고한 상황에서 법인세를 인상하는 법안마저 줄줄이 발의되자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원석(정의당) 의원은 법인세 과표 최고 구간(1000억 원)을 신설하고, 세율을 30%로 인상하는 법인세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낙연(민주당) 의원도 과표 최고 구간을 500억 원으로 조정하고, 세율을 25%로 인상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사실상 대기업들에게 세금을 더 물리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인세 인상은 각국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적인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다. 2000년 이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가운데 32개국은 기업들의 투자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을 위해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하한 바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청와대와 정부부처에선 연일 기업의 투자확대와 고용증진을 독려하고 있지만 한편에선 기업에 부담을 주는 법안통과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어떤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