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 현대제철이 충남 당진시에 기부한 당진시종합복지타운 앞마당에서 지역 노인 자원봉사자들이 지적장애인들의 휠체어를 밀며 밝게 웃고 있다. 당진 = 곽성호 기자 tray92@munhwa.com

최정원(23) 씨가 “힘없는 사람을 지켜주는 보디가드가 꿈입니다”라고 하자 교실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몸이 불편한 네가 어떻게 보디가드를 할 수 있느냐”는 옆 친구의 말에 최 씨가 “왜 못 하느냐”며 두 팔을 번쩍 들어 보이자 더 큰 웃음이 터져 나왔다. 31일 찾은 이곳은 충남 당진시 수청동 당진시종합복지타운. 지적 장애와 자폐성 장애를 지닌 10여 명의 교육생이 표현력, 감정 조절 능력 등을 익히고 있었다.

옆 교실에선 지적 장애인들이 ‘보치아’ 경기를 하고 있었다. 보치아는 야구공보다 조금 큰 275g의 공을 표적물에 더 가까이 던져 놓은 사람이 이기는 경기로, 뇌성마비 중증 장애인들이 주로 하는 경기다.

뇌병변 장애 2급인 이희구(65) 씨는 “보치아는 몸을 움직이기 힘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놀이”라며 “복지타운에 경기장이 만들어지면서 근력이 없어 손가락도 움직이지 못했던 사람이 이제는 공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당진시종합복지타운은 현대제철이 200억 원을 들여 지은 뒤 지난 4월 시에 기부한 곳. 1만4656㎡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인 복지타운은 충남에서 단일 사회복지시설로는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가 있는 당진시의 부족한 복지 인프라를 보충해 준 것이다.

지난 2004년 한보철강을 인수한 현대제철은 당진시의 삶의 질 향상과 시민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당진시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이 현대제철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복지타운에는 건강증진실과 치료실 등을 갖춘 노인 복지관과 장애인 복지관을 비롯해 장난감 도서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통합어린이집 등 다양한 복지기관들이 입주해 있다. 취미 및 재활 등 운영되는 프로그램만 72개에 달하는, 당진시의 ‘복지 요람’이다. 바리스타 등 직업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4월 개관 이후 노인과 장애인 등 누적 이용객은 28만여 명에 달한다. 인구 16만여 명의 당진시로서는 놀라운 이용 실적이다.

당구교실에서 만난 이화자(여·71) 씨는 “이곳에 와서 당구도 치고, 노래도 부르며 친구를 사귀면서 우울증 약을 끊었다”며 “아침에 일어나 갈 곳이 없어 허망한 생각을 많이 했는데, 복지타운이 생기고부터 아침이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류지환 당진시 행복발전소 소장은 “복지타운은 당진시 노인과 장애인에게 천당”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이 당진제철소에 본격 투자를 진행하면서 당진시가 바뀌고 있다. 일자리가 늘면서 인구가 증가했다. 시 재정 규모도 2006년 4170억 원에서 2012년에는 7641억 원으로 6년 사이 83.2%나 늘어났다.

현대제철은 교육 및 문화사업 지원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역 우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한국형 마이스터 고교인 합덕제철고 2·3학년에게 학교발전기금 형식으로 교재 및 장학금 등을 지원하고 있다. 졸업생에게는 채용 우대 특혜도 주고 있다.

또 당진장학회를 통해 지역대학인 신성대에 매년 1억 원의 장학금을 지원하는 등 연간 5억 원을 시 교육사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역 전통문화 지키기도 중요한 과제다. 중요무형문화재 제75호로 지정돼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문화재 등재를 기다리는 당진시 송악면 기지시리 줄다리기 축제를 매년 지원하고 있다. 2010년과 2011년에는 시민 4만여 명을 초청해 ‘당진시 행복 대축제’를 개최하기도 했다.

조희정 당진시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은 “현대제철이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뿐 아니라 공공기관이 할 수 없는 부문까지 찾아 지역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며 “현대제철은 당진시에 보물과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당진 = 유병권 기자 yb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