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A사단에 근무 중인 B 일병은 올해 초 갑작스레 헌병대의 조사를 받았다. 입대 전인 지난해에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지나가던 여고생을 뒤에서 껴안고 신체를 더듬은 것이 문제였다. 사건 당시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B 일병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지만, 뒤늦게 CCTV 영상이 나오면서 범행을 자백했다. B 일병은 군 수사당국의 조사에서 “입대 전에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가 실수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일병처럼 입대 전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과 불안감 등으로 술을 마신 뒤, 성범죄를 저지르거나 성매매 업소에 출입했다가 군대에 들어와서 적발되는 장병 수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이는 예비입대자들이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행동하고, 군대에 들어가면 자신의 행위가 감춰질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가 큰 원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5일 국회 국방위원회 정희수(새누리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대 전 성범죄를 저질러 군 수사당국에 적발된 장병은 2009년 48명에서 지난해에는 85명으로 늘어났다. 최근 5년간 군 수사당국에 조사를 받은 장병도 321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에는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도 8명이나 포함돼 있다.

장병들의 입대 전 성범죄가 매년 늘어나고 있지만, 군 당국은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입대 전 성범죄를 저지른 321명의 장병 가운데 실형을 선고받은 장병은 14명(집행유예 53명)에 그쳤으며, 전체 장병의 절반이 넘는 171명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최근 5년간 입대 전 성범죄는 지원제인 해군(4명)과 공군(6명)에 비해 징병제에 속하는 육군(297명) 장병들이 월등히 많은 것도 특징이다.

정 의원은 입대 전 일시적인 심리적 불안감에 따른 성범죄와 관련, “20대에 저지른 범죄로 인생 전체가 망가질 수 있다”며 “군대에 가면 ‘모든 것이 끝난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인생의 한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철순 기자 csjeong110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