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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본래 목적과 기능이 왜곡·변질돼 ‘국감 무용론’마저 나오는 만큼 상시 국감 체제를 마련해 몰아치기나 호통치기 국감을 근절해야 합니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대한민국을 마비시키는 국정감사, 이대로 둘 것인가’를 주제로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긴급 토론회에서 부실 국감에 대한 비판과 대안이 쏟아졌다.

김형준(인문교양학) 명지대 교수는 이날 “국감이 정쟁 국감, 몰아치기 부실 국감, 인격 모독 호통 국감, 중복 감사 등의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다”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여야 공방, 짧은 감사 기간, 과다한 피감기관 선정,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무분별한 증인 채택, 과다한 자료 요구, 부실 답변 등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용호(정치외교학) 인하대 교수는 “국감이 의원 개인의 홍보나 소관 부처에 대한 영향력 과시, 부실 감사, 폭로성 국감으로 가는 경향이 강하다”며 “여당은 행정부 옹호, 야당은 행정부와 여당의 실책을 드러내는 경연장이 돼 정책 개발이나 행정부 견제 감시 대신 여야 간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선진국은 우리나라처럼 기간을 정해 놓고 대대적으로 국감하는 경우는 없다”면서 “국감의 본래 목적과 기능이 왜곡되고 변질돼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는 지적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회가 다른 헌법기관들의 국정 운영을 감시 통제하는 것은 국정조사 제도만으로도 실효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며 “국감 제도가 굴절된 헌정사로 인해 탄생한 것을 감안, 향후 개헌 때 국감 제도를 폐지하고 국정조사 제도를 손질해 국회가 정부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정석 미래한국 편집위원은 “헌법 9장 제126조는 ‘국방상 또는 국민 경제상 긴절한 필요로 인해 법률이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영 기업을 국유 또는 공유로 이전하거나 그 경영을 통제 또는 관리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국감에서 국회의원들은 행정권을 통하지 않고 직접 민간 기업인들을 불러내 호통치고 닦달하며 실제적인 경영 통제를 자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에서) 기업인들을 시민으로 보지 않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기득권자라는 반기업, 반시장 경제, 반자유주의적인 이념과 포퓰리즘이 가세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설령 그들이 실정법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그 책임은 행정부의 제소와 사법부의 심판으로 결정할 일이지, 입법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정쟁의 수단이 되는 현재의 파행적인 국감의 대안으로 상시 국감체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자율 시행해 몰아치기식, 호통치기식 감사가 아닌 정책 감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국회가 전문성을 갖춘 감사원을 통해 감사하도록 청구하고 이를 보고받는 감사청구제도를 강화하는 방안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제시됐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