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때마다 반복돼 지적되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는 재탕, 삼탕 국감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적하는 국회의원도 개선에 대한 큰 의지가 없고 지적당한 피감기관들도 대책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보니 국감 때우기용 지적과 답변만 난무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붕어빵 국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같은 국감 소재를 지난해 써먹고 올해 또 들고 나오는 식이다. 과거 국감 자료를 들춰 보고 통계만 새로 끼워 넣는 일도 다반사다. 지적을 위한 지적인 셈이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제 중 하나는 ‘낙하산 인사’다. 올해도 어김없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예컨대 미래창조과학부 국감에서는 낙하산 인사 의혹이 있는 KT 전·현직 임직원 명단이 공개됐다. KT를 비롯해 공기업이나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들에 대한 낙하산 인사 논란은 매년 등장하는 소재다.

‘전관예우’나 ‘퇴직자 챙겨주기’ 논란도 마찬가지다. 법조계 인사나 정부부처 고위직이 산하기관 고위간부로 가거나 대형 법무법인에 거액을 받고 가는 사례에 대한 지적들이 올해도 등장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김한표(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4급 이상 직원 재취업 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올 8월까지 퇴직한 서기관 15명 모두 산하기관으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부처가 퇴직 직원들이 다니는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특혜를 주고 있다는 비판도 또 나왔다. 이윤석(민주당) 의원이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도로공사 퇴직자들이 세운 회사들이 1995년부터 도로공사가 민간에 위탁운영 중인 고속도로 영업소 334곳 중 295곳, 계약금액 2402억8000만 원 중 91%인 2196억1000만 원을 수주해 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감 주제가 매년 되풀이되는 이유는 체면치레로 무성의하게 지적하고, 지적해도 고치지 않는 탓으로 보인다. 의원들이 국감 때 무책임하게 지적한 뒤 국감 후 제대로 확인하지 않는 데다 국감 대상이 되는 기관들도 국감만 모면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답변만 하고 대안 마련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감 시정처리 요구사항 가운데 500여 건이 매년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진 기자 sujininva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