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정책 국감보다는 반복적인 정쟁 국감에 치우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부분의 상임위원회에서 ‘4대강’ ‘국가정보원 댓글’ 등과 관련한 질의가 쏟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상임위에서는 내년 ‘6·4 지방선거’를 의식한 듯 여당 주도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질의가 폭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문화일보가 이날까지 각 상임위 질의 내용을 분석한 결과, 아직 국감을 진행하지 않은 상임위인 운영위원회, 정보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를 제외한 13개 상임위 중 4대강 질의가 단 한 건이라도 있었던 상임위는 11개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강과 연관된 주 상임위인 국토교통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외에 심지어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도 4대강이 화두가 된 것이다. 특히 지난 14일엔 적어도 20건 이상의 4대강 관련 질의 자료가 쏟아져 이른바 ‘4대강의 날’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1일에도 복지위 이언주(민주당) 의원은 “영산강과 낙동강은 물론 금강과 한강까지 확산돼 있는 녹조에서 독성물질인 ‘마이크로시스티스’가 검출됐다”는 자료를 내놨다. 같은 날 안전행정위원회에서는 백재현(민주당) 의원이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포상 규모가 2000년대 들어 지난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고 지적했다.

국정원 댓글 의혹 역시 법제사법위원회, 안행위, 국방위원회, 미방위 등에서 동시다발로 질의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정원 트위터팀의 대선 개입 의혹이 새롭게 제기됨에 따라 앞으로 국정원 댓글 사건을 다루는 사례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에 대한 비판도 국토위, 환노위 등 일부 상임위에서만 다뤄졌지만 여당의 공격이 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여야는 모두 상대방의 책임을 거론하고 있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야당이 계속 ‘대선 한풀이’식 정쟁 국감을 하고 있으니, 그 연장 선상에서 정책 국감이 묻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이 정쟁 유발자”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4대강, 국정원 댓글 등에 대한 의혹을 놓고 여야 공방이 전체 상임위로 확대되면서 피감기관에 대한 비판과 감시라는 국감의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며 “국감 무용론이 나오는 상황에 대해 국회가 심각하게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