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국정감사가 소모적인 정쟁에 빠져 예년에 비해 성과는 적으면서도 기업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불러 과잉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는 여론과 관련, 여야가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의 화살을 겨누고 있다. 여야 간에 진행 중인 ‘정쟁 중단 선언’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태여서 향후 ‘국감무용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여당에서 국감무용론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세게 불거져 나왔다.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7일 “벌써부터 ‘통제불능 국감’, ‘수박 겉핥기식 국감’ 비판 속에 국감무용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일보 10월 16일자 1·4·5면 참조)

최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감 시작 전에 우려했던 무분별한 증인채택의 부작용이 일부 국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고,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매우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의혹만 갖고 민간인을 호통치고 망신을 주고, 또 사실 관계 확인 없이 무책임한 폭로와 더불어 직접 연관도 없는 기업인을 불러 마치 들러리 세우듯 하는 그런 국민 보기에도 낯뜨거운 장면이 일부 연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원내대표는 “국감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책수행 및 운영에 있어 문제점이 없는지 지적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기회”라면서 “국회가 마치 갑(甲)인 것처럼 민간기업에 대해 보여주기식 감사를 하고 검증하겠다고 한다면 경제활성화의 발목을 잡고 비효율적 부실검증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국감은 본래 취지에도 어긋나고 국민이 원하는 바도 아니다”면서 “여야 모두 정략적 공세나 정쟁 유발의 유혹에서 벗어나 민생우선을 기치로 국민 대변자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 회의’에서 ‘여야 정쟁중단 공동선언’과 관련, “문제는 말이 아니라 구체화된 결과물이 나오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이 이제 말에서 벗어나서 행동을 보여달라”고 촉구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이어 전 원내대표는 “현재 국정감사 현장에서 보여주는 새누리당의 모습은 정쟁 유발자”라면서 “기초연금발언지침, 교문위 증인채택 거부, 미방위 증인 입장 번복 등 이런 것들이야말로 새누리당의 정쟁 중단 의지를 의심케 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감 방해는 헌정질서와 국민에 대한 중대 도발”이라면서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와 관련해 사과해야 하고 이와 관련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도 요구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