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민주주의 시계’? 서울광장에 민주당 천막당사가 차려진 지 79일째가 되는 17일 오전 당 관계자 10여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장외투쟁 기간을 표기한 ‘민주주의 시계’는 하루 전인 ‘78일째’에서 멈춰 있다.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민주당이 천막당사를 차리고 서울광장 일부를 무단으로 사용한 지 70여 일이 됐지만 서울시는 민주당 소속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입장 등으로 인해 적극적인 대처를 못하고 있다. 이 시설이 시민들의 통행에 불편을 주는 것은 물론 보수단체들과의 충돌을 우려해 남대문경찰서 병력이 하루종일 배치돼 있어 사회적 낭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7일 서울시에 따르면 민주당은 지난 7월 31일 서울광장에 천막당사를 차리고 이날까지 79일째 광장 일부(50㎡ 정도)를 점거하고 있다. 장외투쟁 시작 당시 1주일은 신고를 했지만 그 이후는 미신고 상태로, 매일 16만5000원씩 불법 점거에 따른 변상금을 물고 있다. 8월 27일부터 ‘노숙투쟁’을 벌이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일 국회로 복귀하고, 국정감사가 시작되며 천막당사에는 당 관계자 몇 명만 남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날 오전에도 10여 명의 당 관계자들이 천막을 지키고 있었고, 일정판에는 아무런 일정도 적혀 있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측은 ‘기다려 달라’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버티고 있다”며 “10월부터는 행사도 많은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난처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8월 23일부터 민주당 천막당사 인근에 천막을 쳤던 정의당은 9월 30일 변상금을 내고 천막을 자진 철거했다.

이와 관련, 법을 만드는 정당이 법을 위반하는 상황에서 서울시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정당이 법을 위반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다”며 “서울시는 봐주기식으로 대충 공지나 경고를 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행정대집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또 “민생치안에 투입돼야 할 경찰병력이 민주당 천막을 지키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낭비”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 소속인 박 시장의 입장을 고려해 행정대집행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새누리당이 와도 마찬가지다. 시는 국회의 피감기관이라 함부로 할 수 없다”며 “정당의 일에 지방자치단체가 물리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게 박 시장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