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지난 8월 27일부터 45일 간 계속해온 노숙(露宿)투쟁을 접고 10일부터 원내(院內) 활동에 우선순위를 두기로 하고 국회에 복귀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결정이다. 김 대표는 “박근혜정부 비판만 할 수는 없다”면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하는 제안적 비판자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국민의 시선은 아직 ‘기대반(半) 우려반’이다. 이왕 원내에 복귀했다면 원내 활동에 전념해야 할텐데 여전히 ‘국민연대’ 등 장외세력에 기대는 듯한 자세를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민주주의 회복과 국가정보원 개혁’ 구호를 내걸고 장기간 장외투쟁을 계속해왔다. 이로 인해 정기국회가 한 달 이상 공전됐고, 국회 기능도 마비됐다.

민주당은 국정원 댓글 의혹,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을 명분으로 천막 당사, 노숙투쟁에 이은 전국 순회 결의대회·간담회 등을 벌였지만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는 실패한 이유를 성찰해야 한다. 김 대표는 “국정원 개혁 의식을 공유하게 됐다”고 자평했지만 객관적 반응은 싸늘했다.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 기초연금 공약 수정과 보건복지부 장관 사퇴 파문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하락했지만 반등해야 할 민주당의 지지율은 오히려 더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대선 득표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 전후를 맴돌고 있다. 다수의 국민이 ‘민주주의 회복’ 주장은 대선 불복 움직임으로, 민주당의 국정원 개혁안에 대해서는 ‘안보기구 해체’라는 불안감을 갖고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민주당의 장외투쟁으로 인해 잃은 게 더 많다. 민주당이 대안·수권정당으로서 안정감과 신뢰감을 주고, 강력한 야당 기능을 제대로 수행한다면 새누리당이 10·30 선거에 정치개혁과 거리가 먼 후보를 공천하는 오만을 자행하지 못할 것이다. 급기야 여당 사무총장이 “야당 꼴 보니 우리가 20년은 더 집권해야 한다”는 모욕적 언사까지 하는 상황에 왔다. 자강(自强)하기보다 ‘신(新)야권연대’ 운운한다면 지난해 총·대선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길이다. 제대로 된 의정(議政) 활동으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전념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