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의 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박근혜정부가 주요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고용률 70% 달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박근혜정부는 양극화 해소와 국민복지 증진을 위해서도 일자리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사회적 대화와 대타협의 첫 단추가 근로시간 단축인 셈이다. 당정이 7일 근로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 8개 법안을 정기국회 중점 추진 법안으로 택한 것도 고용률 70%의 로드맵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재계가 강하게 반대하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에 지나치게 집착함으로써 또 하나의 불통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일각에서 강하게 제기되는 실정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9월 27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용률 70%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기업인과 근로자 모두 개인의 이익을 넘어 양보하고 타협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가능한 일”이라며 노동 시장 혁신을 위한 ‘사회적 대화’라는 화두를 꺼내들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각자 처한 여건에 따라 근로시간과 형태를 탄력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서 짧은 시간에 더 집중적으로 일하는 스마트워크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시간제 일자리’와 ‘근로시간 단축’을 언급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발언은 결국 ‘고용 없는 성장’의 기존 패러다임을 깨고 성장과 일자리의 선순환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근로시간 단축을 시작으로 스마트워크 정착-양질의 일자리 증가 및 근로자 복지 증진-고용률 70% 달성의 로드맵을 밝힌 것이다.

당정이 관련한 8개 법안을 우선적으로 연내 처리키로 한 것은 이 같은 박 대통령의 국정과제 실행과 관련이 있다. 근로시간 단축을 핵심으로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휴일근로의 연장근로 포함,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등 근로시간 단축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법안의 연착륙을 위한 근로시간 유연성 확대 부분도 패키지로 담았다. 박 대통령이 수차례 밝힌 ‘시간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시간선택제 근로자 보호 및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도 추진된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 추진에 대한 부정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과 시간제 일자리 창출 정책이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박 대통령이 중소기업 살리기를 부르짖고 있으면서도 결국 중소기업을 어려움에 봉착하게 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역설’에 부딪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