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일 북한의 ‘핵군축’ 주장에 대해 ‘9·19공동성명마저도 부인하는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핵군축 협상 조속 개시를 주장한 데 대해 “북한만 일방적으로 비핵화할 수 없고, 핵무기를 가장 많이 보유한 미국과 군축회담을 하겠다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평화공세나 대화국면에 자주 이용하는 전형적 논리”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를 절대 인정할 수 없으며, 그런 차원에서 북한의 핵군축 회담 제안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는 북한이 ‘핵군축’ 회담을 언급할 때마다 ‘수용 불가’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정부는 올해 4월에도 북한이 ‘핵군축’ 회담을 제안하자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시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주장하는 소위 ‘한반도 전역에 대한 검증’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완전히 제거해 우리와 동등한 자격을 획득한 연후에나 논의하자고 하는 것이 순서”라면서 북한의 핵군축 회담 제안을 거부했다.

정부는 2009년 1월 북한의 잇따른 ‘평화협정 체결’ 및 ‘핵군축’ 회담 제안 당시에도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관련한 외교부 당국자 논평’을 통해 “북한이 ‘핵문제를 풀려면 모든 핵보유국들이 모여 앉아 동시에 핵군축을 실현하는 길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6자회담에 관한 북한의 입장을 스스로 부인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6자회담은 북한 비핵화에 관한 협상 프로세스이지, 핵군축을 위한 회담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정부는 2005년 9·19공동성명에도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핵개발 계획 포기’가 규정돼 있는 만큼, 북한측 ‘핵군축’ 회담 주장은 북·미는 물론 6자회담에서도 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 완강하다.

다만 정부는 북한이 이 시점에서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이 같은 입장을 재차 강조한 배경에 대해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북한이 최근 일방적으로 9월 말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전격 연기한데 이어 금강산관광 실무회담도 취소하면서 남북관계를 긴장국면으로 되돌리는 상황에서 국제적 차원에서 ‘명분쌓기’용으로 ‘핵군축’ 주장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