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 방사능 오염수 대책에서 정작 문제의 핵심으로 꼽히는 부실 저장 탱크 교체 지원안은 빠진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고 있다.

4일 일본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3일 발표한 오염수 대책 예산 470억 엔(약 5200억 원)은 최근 오염수 유출 사고를 일으킨 볼트형 탱크를 비교적 안전한 용접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에는 투입되지 않는다. 원전 운영사 도쿄전력의 부실 대응으로 오염수 사태가 확산되자 “정부가 직접 나서겠다”며 발표한 대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염수 유출 탱크를 교체하는 문제는 도쿄전력에 그대로 맡기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국비는 기술적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세금을 도쿄전력 구제에 쓰고 있다’는 비판을 고려해 도쿄전력이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높은 기술력, 많은 비용이 필요한 사업에 예산을 집중한다는 설명이다. 동토차수벽(凍土遮水壁) 설치 사업이 대표적이다. 원전 주변에 길이 약 1.4㎞의 동결관을 설치한 뒤 냉각제를 순환시켜 땅을 얼리는 방식으로 지하수의 원전 유입을 차단하는 전례없는 건설 공사에만 총 320억 엔이 투입된다.

일본 언론들은 그러나 가장 시급한 문제인 탱크 교체 문제를 정부가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사설에서 “최우선 과제인 탱크 문제를 도쿄전력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며 “필요한 대책이 도쿄전력의 사정으로 미뤄지지 않도록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니치(每日)신문도 “국가가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임기응변식 대응이 반복될 수 있다”며 “눈 앞의 위기에 신속하게 임하지 않으면 대응이 늦어지게 되고 비용은 더 늘어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원전 관리를 직접 실행할 현장 인력을 충원하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은 현재 도쿄전력 직원 등 3000여 명이 관리하고 있다. 930여 개의 오염수 저장탱크가 있는 현장을 제대로 감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증설되는 탱크를 포함, 1000개가 넘는 탱크를 검사하고 방사선량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며 “국가가 책임지고 기업이나 공공연구기관에서 인력을 확보하고, 해외에서 새로운 기술도 도입해 대책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하나 기자 han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