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크게보기‘육탄전’ 2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 의원회관 내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실을 압수수색 하려는 국가정보원 직원들과 의원실 보좌진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심만수 기자 panfocus@munhwa.com

국가정보원이 28일 검찰의 지휘를 받아 경기동부연합과 통합진보당 관계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대대적으로 실시한 것은 이번 사건의 핵심인 이석기 진보당 의원의 형법상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국정원은 이날 확보한 자료들에 대한 분석이 끝나는 대로 이 의원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국정원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이 의원을 비롯해 경기동부연합과 진보당 관계자들에 대한 내사 작업을 벌여왔으며 이미 이 의원의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만한 자료들을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압수수색과 동시에 경기도당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과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등 3명에 대한 체포까지 가능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국정원은 이 의원이 제19대 국회의원에 당선된 후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회의에 참석해 내란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상당히 노골적이고 구체적인 발언들을 쏟아낸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녹취록에는 이 의원이 자신의 핵심조직원 100여 명에게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고 말한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이 의원은 이 같은 지시를 하면서 주요시설에 대한 타격 준비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국정원은 이 의원의 혐의가 거의 군사반란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증거로 인해 국정원은 이 의원을 내란음모죄로 사법처리하는 데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형법상 내란음모죄의 경우 입증이 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유기금고에 처해지기 때문에 함부로 적용할 수 없는 매우 중한 범죄다. 이에 대해 사정당국 관계자는 “국정원이 확보한 녹취록은 불법도청 한 게 아니라 합법적 루트를 통해 입수한 것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될 것”이라며 “군사반란 수준에 버금가는 증거를 잡아 국정원이 그만큼 내사를 탄탄하게 진행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기동부연합 내에서 성골로 분류되는 이 의원이 내란음모죄로 사법처리 될 경우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또한 와해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의원은 선거기획광고 대행사인 CN커뮤니케이션즈의 전신 CNP전략그룹을 설립한 후 경기동부연합 내에서 재정적으로 전권을 쥐고 조직의 실세 중 실세가 됐다. 국정원은 이 의원이 이 같은 재정적 파워를 바탕으로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을 이끌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동부연합은 2008년 이후 공식 해산했지만 지하조직은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국정원은 이 의원이 이 지하조직의 지침에 따라 국회의원 총선에 나왔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자료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동부연합은 1991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등 13개 단체와 재야 및 학생운동권을 두루 엮어 출범했던 ‘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전국연합)’의 한 지역조직으로 출발했다.

경기동부연합은 당시 전국연합을 구성하고 있던 지역연합 8곳 중 하나였지만, 2000년 진보당의 전신인 민주노동당이 출범한 후 지역위원회를 장악해가며 세를 불려갔다.

이현미·김병채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