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해외생산 확대가 국내 협력업체들의 매출 증대를 유발하면서 결과적으로 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친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일 ‘한국대기업의 글로벌 가치사슬 확장을 통한 일자리 창출’ 보고서에서 “대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해외 생산·시장을 확장할 경우 동반 진출한 중소·중견 협력기업의 성장을 통해 국내 일자리 창출을 촉진할 수 있음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이는 그 동안 대기업의 해외생산 비중 확대가 국내 일자리를 감소시킬 것이라는 주장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대기업들의 ‘동반성장형’ 해외 투자를 촉진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지난 2002년 중국 베이징(北京) 현지법인 설립 후 지속적으로 성장해 2011년 중국 현지 누적판매량 300만 대를 돌파한 베이징현대자동차를 대상으로 2000∼2011년 사이 고용, 매출, 해외수출 추이를 17개 산업분야의 협력업체(179개)와 비(非)협력업체(8819개)로 나눠 비교했다. 보고서는 “분석 결과, 2000∼2009년 사이 협력업체의 해외 수출과 우리나라의 부가가치 수출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상관계수 0.48.)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현대차 협력업체의 해외수출이 100이 늘면 국내의 부가가치 수출도 평균 50이 늘어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특히 베이징현대차의 판매량이 급증한 2011년의 경우 협력업체들은 비협력업체에 비해 국내고용률은 4%포인트, 매출증가율은 14%포인트, 수출증가율은 16%포인트 각각 높았다. 그해 협력업체의 평균 국내고용 수준은 비협력업체보다 44명이 많았고, 매출과 수출 역시 비협력업체보다 각각 평균 254억 원, 98억 원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 변 실장은 보고서를 토대로 “베이징현대차의 경우 국내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해외 생산 증대로 협력업체의 국내고용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면서 “경쟁력을 갖춘 중소·중견 협력업체들은 대기업과 해외진출을 기회로 활용해 동반진출할 경우 국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승훈 기자 oshu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