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경남 거제시 저도(猪島)에서 여유롭게 휴가를 보내는 사진을 공개한 것을 계기로 대통령의 휴가 보도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외국의 경우처럼 대통령 휴가 행보에 대한 공개가 실(失)보다 득(得)이 더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문화 융성’을 4대 국정 기조 중 하나로 내세우고 관광 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해온 만큼 ‘경호지상주의’에서 벗어나 대통령 휴가에 대한 공개의 폭을 넓히는 등 전반적인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도에서 쉬는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 설명도 직접 달았다. 31일 오전까지 1552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대체로 국민들은 부모님과의 추억이 서린 저도에서 편안한 일상복 차림의 박 대통령 모습에 공감을 나타냈다.

대신 박 대통령의 휴가지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이어지자 경호상의 이유로 대통령 휴가지를 ‘포괄적 엠바고’로 규정해 중대 국가기밀인 양 취급한 청와대 직원들만 머쓱하게 됐다.

그간 청와대를 벗어나는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안전을 이유로 일정이 시작할 때까지 사전보도가 금지돼 왔었고, 청와대 비서실은 이 같은 규정을 휴가지에도 그대로 적용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엠바고는 결국 박 대통령 스스로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며 자연스레 해제됐다. 이는 8월 초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 일정과 장소를 미리 공지한 미국과 비교된다.

이에 대해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3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민들과 가까이 지내는 대통령의 일상을 국민들이 알 수 있는 것은 국민과의 소통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라며 “정장 차림이 아닌 자연인·생활인의 모습을 휴가 때라도 보여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좋아 보였다”고 밝혔다.

한 정치 평론가는 “대통령 휴가지를 공개하고 휴가를 보내는 모습을 국민에게 알리는 것은 박 대통령이 평소 강조해온 문화 융성, 관광산업 경쟁력과도 맥을 같이 한다”며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이 좀 더 유연한 태도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 mingmi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