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5일 제6차 실무회담까지 교환한 합의서 초안·수정안 핵심 쟁점은 개성공단 가동중단 사태 ‘재발방지’ 제도화였다. 남측은 전례를 감안할 때 북한의 재발방지 약속은 언제든지 깨질 수 있다는 점에서 가동재개 이전에 재발방지 및 피해보상 관련 제도의 명문화를 주장했다. 반면 북측은 이 같은 요구를 묵살한 채 ‘남북공동 재발방지 약속→개성공단 가동재개→재발방지 제도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는 25일 6차 회담 결렬 뒤 북측이 공개한 남북 실무회담 합의서 초안·수정안 제1, 2항에도 명확히 드러나 있다. 1항이 ‘책임소재’, 2항이 ‘재발방지’ 제도화 문항인데 여기서 남북 간 의견이 크게 갈렸다. 세분화하면 ▲책임소재 및 피해보상 ▲남북 재발방지 ‘공동담보’ ▲가동재개와 제도화 간 선후 문제 등 3가지가 쟁점이었다.

남측은 이번 사태가 북측 책임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하며,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제도화가 필수라는 입장이었다. 남측이 초안에서 내놓은 문항도 “북측은 앞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공단의 정상적 가동을 저해하는 통행제한 및 근로자 철수 등과 같은 일방적 조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보장한다”고 밝히고, 피해보상 차원에서 북측이 개성공단 입주기업에 부과하는 세금·수수료 면제를 요구했다. 특히 남측은 “개성공단이 단순한 과거로의 회귀가 아닌 국제적 규범에 부합하는 발전적 정상화가 돼야 한다”는 기조하에 남측 인원 출입·체류 보장과 기업 투자자산 보호, 분쟁해결장치 마련, 3통(통행·통신·통관) 문제 해결 등과 같은 ‘제도화’를 강력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의무가 부과돼도 트집을 잡으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최대한의 제도화 및 국제법적 기반을 확실히 다져놓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회담에서 남측 언론보도까지 언급하면서 유사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가동중단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보였다”고 말했다.

이에 북측은 가동중단 사태는 남측이 원인을 제공한 만큼 이에 따른 피해보상이 없으며, 재발방지 약속도 남북이 공동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북과 남은 어떤 경우에도 개성공업지구의 정상운영에 저해를 주는 정치적, 군사적 행위를 일절 않는다”(3차 회담 수정안 1항)는 표현이 대표적이다.

북측은 회담을 거듭할수록 수정은커녕 오히려 ‘공동담보’ 필요성을 노골화했다. 4차·6차 회담 재수정안에서 남측에 재발방지 보장을 요구했고, 북측책임 조항은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개성공업지구의 정상적 운영을 담보한다”고 두루뭉술하게 적어놓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6차 회담에서 북측이 새로 제시한 문안으로는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재발방지 문제는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의 가장 본질적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