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남북 당국 간의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렬과 관련, ‘중대한 결심’ 가능성을 경고한 것은 북측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즉 현재의 공단 ‘잠정 폐쇄’ 상태에서 ‘완전 폐쇄’로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북측에 마지막으로 성의 있는 태도 변화를 ‘최촉’한다는 의미다.

‘공단 가동중단 사태와 관련한 확실한 재발 방지책’과 ‘개성공단의 국제화를 포함한 발전적 정상화’ 등 우리 정부가 흔들림 없이 견지해 온 두 가지 원칙을 북측이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개성공단이 진짜로 완전 폐쇄의 길을 갈 것이라는 분명한 의지 표명인 것이다. 청와대와 정부는 26일에도 북측의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공단 완전 폐쇄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주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오전 “공단 폐쇄 재발 방지 보장과 공단의 발전적 정상화가 정부의 입장이고 분명한 원칙”이라며 “이는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상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북측이 전날 ‘개성공단의 군사 기지화’ 운운하며 위기감을 불러일으켰음에도 우리 정부의 원칙은 흔들리지 않는다고 다시 한번 못 박은 것이다.

정부가 ‘중대한 결심’의 실제적 내용이 무엇인지를 못 박지는 않았지만, 이를 공개적으로 꺼내든 것은 결국 개성공단의 완전 폐쇄를 감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공단 입주 기업들은 이미 많은 피해를 봤다”면서 공단 완전 폐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놨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에도 우리 기업의 피해를 감수하면서 근로자 전원 철수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공단 폐쇄를 각오한 것 아니겠느냐”고 관측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4월 25일에도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당국 간 회담을 제안하면서 북측이 거부할 경우 ‘중대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경고한 뒤 하루 만에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 철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부가 이처럼 원칙론을 이어가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실무회담을 남북 관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상징성 있는 회담으로 여기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박 대통령이 개성공단 사태의 향방을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실행 가능성을 판단하는 리트머스시험지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 대통령은 지난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실무회담은 개성공단 정상화에 역점을 두고 있지만 새로운 남북 관계 정립을 위한 원칙과 틀을 짜는 중요한 기초가 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남석 기자 greente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