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모(58·경기 안양) 씨는 63개월째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 그에게도 이유는 있다. 신 씨는 10년 전 운영하던 식당이 망하면서 막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가진 재산은 없고, 건강도 좋지 않아 일터에 자주 나가지도 못한다. 하루 먹고사는 것도 벅찬 신 씨에게 매월 청구되는 1만4840원의 건보료는 무겁기만 하다.

신 씨처럼 건보료를 6개월 이상 밀린 가입자 가구가 지난해 말까지 157만 가구고, 이 가운데 154만 가구가 지역가입자다. 이는 전체 지역가입자 791만 가구의 19.5%로, 다섯 집 건너 한 집꼴로 건보료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이들이 내지 않은 건보료는 총 2조1566억 원에 달한다.

건보료를 장기 체납하면 건보 혜택을 제한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이들 체납자의 65.6%(103만 가구)는 월 건보료가 5만 원 미만일 정도로 생활이 넉넉지 않아 정부는 이들의 건보 혜택을 쉽게 끊을 수 없다. 지난해 말까지 172만 명이 체납 후에도 진료를 받았고, 3조1432억 원의 건보 재정이 나갔다. 이들의 체납 건보료와 진료비를 합하면 총 5조2998억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건보 급여(37조5813억 원)의 14.1%에 해당하는 액수로, 건보 재정은 그만큼 계속적으로 누수가 생길 수밖에 없다.

한편, 돈은 있어도 건보료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납부를 거부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직장가입자인 김모(서울) 씨는 43만9170원의 건보료가 책정됐다. 근로 외 7200만 원의 소득이 발생해 부과되는 건보료가 많다. 하지만 김 씨는 “왜 7200만 원 이하의 소득자들은 추가적으로 한 푼의 건보료를 내지 않느냐”며 납부를 4개월째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