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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농촌을 찾아가 도와주는 게 아닌, ‘맞춤형 지원’이 절실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재능기부’를 통해 농촌법률학교를 열기로 한 것입니다.”

조병현 서울고등법원장은 지난 11일 경기 이천시 율면 부래미마을에서 기자와 만나 “법원은 원래 법률분쟁이 발생한 후에 이를 해결하는 기관이지만, 이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농촌 등 소외지역을 찾아가 사전에 법률지식을 함양하는 것을 도와줘 분쟁을 ‘예방’하는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며 “정기적으로 농촌을 찾아가 강의를 하는 ‘농촌법률학교’가 사법부 권위를 지키면서도 농촌과 소통할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에 조 법원장은 농협중앙회 측에 먼저 농촌법률학교 운영 등의 내용을 담은 업무협약을 제안했다.

조 법원장은 “그간 법률구조인력이 도시에 집중돼 농촌에 민·형사 및 가사 분쟁이 늘고 있음에도 농업인들이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법원장은 농촌과 인연이 깊다고 했다. 경북 포항 출신인 그는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의 부친은 농협조합장을 지냈다. 조 법원장은 “바쁘게 스케줄을 소화하다 농촌에 나와 농촌 공기를 마시니 너무 기분이 좋다”며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내서 우리 농촌에 유독 관심이 많이 가고, 농촌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부래미마을의 체험학습장을 둘러보다 즉석에서 “법원 가족들이 부래미마을 등 농촌마을에서 농촌체험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조 법원장은 “아이들이 우리 쌀로 만든 밥 대신 빵을 먹는 경우가 많다”며 “농촌 체험을 직접 하며,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 등을 깨닫는 기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 법원장은 “농촌법률학교 운영은 판사 한두 명이 현장에 나와 재능기부를 하면 돼 법원 입장에서도 업무에 방해가 되지 않고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이라며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고, 법률학교가 지속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천 = 손기은 기자 s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