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배수진을 친 데에는 ‘친노(친노무현) 세력 부활’이라는 셈법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친노 인사들의 잇단 강경 발언으로 여야 간 ‘NLL 대결 국면’이 최정점으로 치달으면서 ‘정계 사퇴 강수’를 통해 친노 세력의 결집을 유도하고, 국면을 보혁 대결로 끌고가는 게 불리하지 않다는 것을 내비친 것이라는 지적이다. 물론 자신이 실제로 사퇴할 일은 없을 것이란 계산도 엿보인다.

문 의원의 ‘정계 사퇴 배수진’은 정상회담 회담록 원본이 전격 공개된 지 5일 만이지만, 대선 이후 지속적으로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요구했던 친노 세력의 강경 발언들이 정점으로 달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앞서 6월 25일 국정원의 원본 공개 이후 친노 내지 ‘친문(친문재인)’ 인사들은 본격적으로 대여 투쟁 전선에 선봉에 서며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대선 패배 책임론으로 5·4 전당대회 이후, 비주류에 당권을 내주면서 변방에 물러났지만, NLL 국면을 계기로 정면에 나선 셈이다.

민주당 내 ‘국정원 선거개입 진상조사특위’ 간사인 김현 의원, ‘국정원 저격수’로 불려온 진선미 의원 등이 대표주자로 꼽히며, 곧 가동될 국정원 국정조사특위에도 이들을 포함해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전해철 의원 등 친노·친문 인사가 대거 포진된 상태다. 역시 특위 위원이자 친노 성향의 박범계·박영선 의원은 이른바 ‘권영세 녹취파일’을 폭로하며, 정상회담 회담록 사전 유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어 향후 국정조사의 지뢰밭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인태 의원도 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10·4 남북정상회담, 그 진실은’이란 주제로 긴급 좌담회를 열고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 등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문재인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들은 이 자리에 참석해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은 없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윤정아 기자 jayoo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