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 대통령기록물로 보관된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원본과 부속자료를 공개하자고 제안하면서 여야의 NLL 공방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당의 주장은 일견 원본 공개라는 원칙에 접근하고 있는 듯하지만, 대통령기록물을 보게 되면 열람만 할 수 있을 뿐 공개가 금지돼 있는 현행 법의 허점을 이용한 정략적 제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 공개원칙이 중요하다고 보고, 대통령기록물상 원본보다는 국가정보원이 보유하고 있는 녹취록 원본을 공개하자고 역공을 취했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1일 “오늘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원본 열람 요구서를 낼 생각”이라며 “원본에 NLL 포기 발언이 있는지와 원본과 국정원 본이 동일한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의원도 전날 ‘NLL 포기 발언’이 사실이라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수세에 몰려있던 민주당이 원본 공개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한 의도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일단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된 회담록 원본의 경우 열람을 하더라도 공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공개 주장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민주당이 원본 자체보다 그와 관련된 부속 자료를 같이 열람하자고 주장한 것도 회담록 자체의 비중을 축소하려는 의도로 풀이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국정원의 전문과 국가기록원의 원본이 다를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것을 민주당도 모르는 바가 아닐 것임에도 공개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원본보다는 정상회담을 준비하거나 회담후 만든 부속 자료를 통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이 본심이 아니었다는 데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또 민주당이 겉으로는 국정원의 회담록 공개에도 계속되는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이 같은 강수를 두는 듯싶지만, 원본 공개가 제한적 열람에 그칠 뿐 일반공개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고 국면전환용으로 일종의 ‘쇼잉(보여주기)’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취지 발언을 확인하기 위해 발췌문에 회담록 전문까지 공개했음에도 민주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원본공개는 물론 회담 당시 대화내용이 녹음된 음원까지 모두 공개하자고 맞불을 놓고 있다.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된 국가기록원의 음원과 녹취록, 기록물을 열람하고, 국정원이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음원도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논란의 반복을 종식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예정대로 이날 오전 회동을 통해 회담록 등 2007년 남북정상회담 자료 일체에 대한 제출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게 되면, 이 안건은 2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공산이 크다.

현일훈 기자 o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