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및 여권의 남북정상회담 회담록 사전 입수 의혹 등을 제기하며 장외투쟁을 시작했으나, 동시에 반(反) 의회주의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전문가뿐 아니라 당내에서도 정당임을 스스로 포기하고 시민단체와 다를 바 없는 길을 선택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장외투쟁이 결국 친노(친노무현)계의 목소리를 높여주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관영 민주당 대변인은 1일 “30일 서울시당 보고대회를 개최한 데 이어 4일 광주·전남, 6일 부산·경남·울산에서 시도당 대회를 추가로 개최할 계획”이라며 “오후에 열리는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정원 개혁 운동본부 회의에서 일정을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국에서 순회집회를 여는 한편 운동본부를 중심으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서, 국정원 국정조사 등 원내 투쟁의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부 의원들은 개인적 자격으로 촛불집회에도 참여를 하고 있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시각을 보내고 있다. 이정희(정치외교학) 한국외대 교수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대의민주주의의 원칙에서 모든 것을 국회에서 논의하는 게 옳다고 본다”며 “장외로 나가게 되면 문제가 해결되기보다는 사안을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여론을 얻기 위해 장외 압박 카드를 쓰는 것에 대해 “잘못된 계산”이라며 “앞으로 전략적인 면에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형준(정치외교학) 명지대 교수 역시 “과거 국민들에게 얼마나 불신을 받았느냐고 본다면 (장외투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국민들은 민생이 해결되고 대선 공약들이 실현되기를 바라는데 강경투쟁으로 간다면 국민 지지를 생각만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문제가 민주당의 존립 문제와 연결돼 있어 절박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상대방만 잘못했다고 주장하면 정쟁으로 귀결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들이 민주당의 진정성을 받아들이려면 ‘NLL을 사수한다’는 것 역시 명확히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당 내에서는 정당이 시민단체로 전락하는 것이라는 ‘쓴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 중진 의원은 “국회가 의정을 버리고 거리로 뛰쳐나간다면, 그건 대의제를 포기하는 것”이라며 “장외투쟁은 민주 - 반민주 시대에나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도 언제나 국회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며 “장외투쟁을 일상화한다면 민주당은 정당이 아니라 재야 시민단체와 마찬가지다”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초선 의원은 “장외투쟁이 반 의회주의라는 점에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다만 현재 민주당이 장외투쟁의 첫걸음을 내딛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 내에는 장외로 나가자는 강경파도 있지만 국민 여론, 민생 국회 약속 등을 고려할 때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역시 존재한다”며 “지도부가 너무 강경파를 의식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본격적인 ‘거리 투쟁’으로 확산되기 전에 다시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성진 기자 threem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