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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면(骨董麵)은 궁중에서 먹었던 음식이다. 단어가 어려워 이름만 들으면 어떤 음식인지 쉽게 연상이 안 되지만 골동면은 비빔면을 말한다.

‘골동’은 골동품으로 쓰이는 용법에서도 알 수 있듯 일반적으로 ‘오래되었거나 희귀한 옛날의 기구나 예술품’을 뜻한다. 그러나 골동에는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것이 한데 섞인 것’이란 의미도 담겨 있다. 그래서 궁중의 비빔면도 골동면으로 불렸다. 비빔밥의 또 다른 이름이 골동반인 것 역시 같은 이유다.

골동면은 요즘에 고추장에 비벼 먹는 비빔국수와는 달랐다. 메밀국수에 쇠고기, 돼지고기, 배, 버섯, 밤, 채소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간장 양념에 비벼 먹었다고 한다.

골동면에 대한 기록은 먼저 조선조 정조의 어머니였던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기록한 ‘원행을묘정리의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의궤에는 간장 양념을 얹어 먹는 골동면이란 표현이 나온다. 또 조선 후기 연중행사와 풍속을 설명한 ‘동국세시기’와 ‘시의전서’에도 골동면을 고기, 채소와 양념을 같이 넣어 버무린 고급 비빔국수로 소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조선 후기 여류 실학자 빙허각 이씨(1759∼1824)의 ‘규합총서’와 작자 미상의 ‘시의전서’를 편집 필사해 1915년 선보인 작자 미상의 ‘부인필지’에 골동면에 대한 조리법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부인필지에는 골동면에 대해 ‘발 가늘고 질긴 국수를 삶아서 그릇에 한 켜 놓고 숙육(수육)과 삶은 제육, 해삼을 저며 놓고 배추, 생강, 표고, 파를 다 채쳐 볶는다. 정육을 다져 속에 통잣을 넣고 완자를 만들어 삶은 미나리와 앞의 모든 재료를 합하여 잣, 깨소금, 후춧가루를 뿌려 국수에 넣어 비비되 좋은 초장을 부으면 희한하다’고 했다. 해삼 등의 수산물에 쇠고기 완자도 만들어 넣어 재료와 조리법이 더 다양해진 것이다.

골동면은 한 그릇에 영양과 맛을 함께 담아 내는 일품음식으로 요즘도 손색이 없다. 국내의 한 대기업은 자사가 운영 중인 체인형태 음식점에 골동면을 상품화해 내놓기도 했다.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게 개선된 이 회사의 골동면은 새콤하면서 깔끔한 맛이 난다.

골동면은 계절에 따라 다르게 조리하여 먹을 수 있다. 겨울철에는 순 메밀국수에 김치를 섞어서 비벼먹고, 손님 대접 시에는 완자탕이나 맑은장국을 곁들여도 좋다. 이때 육수로 동치미나 나박김치를 올릴 수도 있다. 올여름엔 궁중식 골동면에 시원한 동치미국물을 곁들여 먹으며 더위를 잊는 피서를 하게 될 것 같다.

공주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정과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