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압박은 경제적 자해행위 돈 안돌고 고용창출 어려워져”

경제 전문가들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로 나눠 무조건적으로 ‘가진 자’를 비난하는 것은 소비시장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지출이 있어야만 소득이 있는 법인데도 단순히 ‘부자’를 압박하고 옥죄는 정치·사회적인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은 ‘한국 경제의 자해행위’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다만 부자들의 소비도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종석(경제학) 홍익대 교수는 29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지출은 소득의 원천인데 지출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면 다른 누군가의 소득이 줄어드는 것은 자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소비 여력이 있는 ‘가진 자’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난을 가해 지갑을 닫게 하면 경제 활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통계적으로 많은 경우 소비는 미래 소득에 대한 기대감이 영향을 많이 준다”면서 “중산층 이상의 소비가 줄어들었다는 것은 미래 소득 감소, 즉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반영돼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조준모(경제학) 성균관대 교수는 “고소득층의 경제 행위를 무조건 반도덕적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사회 전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나는 힘든데 너는 왜 호의호식하느냐는 식으로 접근하면 모두가 가난해질 수 있다”면서 “부자가 잘못했다는 식으로 도덕과 비도덕 기준으로 판단하게 되면 돈이 돌지 않는 것은 물론, 고용 창출도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부자들도 해외에 무분별하게 소비하는 것보다 한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수 경기 진작이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지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대학원장은 “소비가 늘어나야 내수 경기가 살아날 수 있는데 부자들까지 소비를 줄일 만큼 경기가 나빠졌다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소득 분배를 통해 공평해지고 공정 경쟁이 이뤄지는 것이 물론 바람직하다”면서도 “단기적으로는 내수 경기 침체 상태에서 경제민주화 이슈로 부자나 대기업들을 압박하는 것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대외 여건을 감안해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