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합의12부 민유숙 부장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재판 중인 사건의 피고인 측 방청객에게 재판 중에 피고인을 옹호하는 발언권을 부여한 것에 대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데는 법조계 내에서 이견이 없다.

그러나 법정 내 방청객의 발언권에 대한 현행법상 규정에 없는 데다, 다른 일반사건들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고 재판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재판장의 소송지휘권 범위 내에서 이뤄진 일인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오승원 변호사는 10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굉장히 이례적이다. 방청객이 굳이 얘기를 하려면 양형을 위한 증인으로 채택한 후 선서에 이어 진술을 하면 된다”며 “그런 방법이 아니라면 하고 싶은 얘기는 진정서나 탄원서를 낸 후 선처를 구해야지 단순히 피고인을 옹호하는 사람은 법정에서 진술권이 없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이어 “피해자가 있는 범죄의 경우 피해자들이 일일히 선서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니 재판의 효율성 차원에서 손 들고 얘기를 하기도 한다”며 “그러나 국보법 사건에서 피고인과 같이 있는 사람들을 피해자라고 할 수는 없지 않으냐. 다른 일반적인 재판에서는 피고인 측 방청객에게 그런 권리를 안 준다”고 강조했다.

판사 출신의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정식 절차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으니 부적절한 소송지휘라고 할 수 있다”며 “소송절차를 법적주의에 따라 하지 않으면 재판이 중구난방으로 진행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피고인 측 방청객에게 발언권을 부여하는 것은 정식재판절차에 없는 것은 맞다”면서도 “일반인들이 탄원서를 제출하는 것이 가능한 것처럼 이번 경우도 그런 것의 일종으로 본다면 문제될 게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정 내에서 재판장의 소송지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공판검사가 피고인 측 방청객을 정식으로 증인으로 채택해 진술을 들어야 한다고 이의제기를 해야 한다”며 “지난 7일 공판에서 왜 검찰이 가만히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변호사는 “어쩌면 열린재판의 일환으로 이런 경우는 피고인 측에서 진정서나 탄원서를 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현미·이재동 기자 always@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