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잠정중단의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고 있지만 개성공단을 존치시키기 위한 국면 전환 등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남측에 욕을 하면서도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출구 찾기’를 하는 형국인 것이다. 북한이 스스로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할 수 없는 것은 공단의 운명을 넘어, 황금평·나선지구에 대한 외국 투자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1일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개성에서 연간 확보하는 9000만 달러도 달러지만 황금평이나 나선지구에 대한 투자가 다 날아가게 되는 게 더 아플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을 놓고 북한이 보여주는 파행적인 운영 행태가 향후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모든 투자를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섣불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에 미지급금 처리 등 실무를 위해 남아 있는 남측 관리인원 7명을 북한이 마지막 대화채널로 생각하고 사실상 ‘붙잡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들이 개성공단에 남아 있는 기간이 북한이 남측과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시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관리인원들이 돌아오는 시기를 밝히면 북측에서는 협상 시한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도 “체류기간이 그다지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언급했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이날 “7명은 오늘도 내려오기 어려울 것 같다”면서 “협상에서 이견은 좁혀지고 있지만 완전히 마무리되는 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재개를 위해 내건 조건들이 남측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에서 북한이 쉽게 출구를 찾기 힘들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도 적지 않다. 한 전문가는 “공단 재가동의 조건으로 내건 최고존엄 모독에 대한 사과 등을 남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에서 북한이 조건 없는 공단의 재가동을 선언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공단을 장기 방치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개성공단에 대한 강한 미련은 북한의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의 30일 논평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민주조선은 이날 논평에서 “괴뢰들이 개성공업지구마저 완전히 깬다면 민족이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방승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