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선/전국부장

“대마도(對馬島)를 정벌하는 내용의 소설 책을 펴낼 계획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잘 아는 작가에게 집필을 의뢰해놨어요.”

며칠 전 한 출판사 대표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그는 대마도, 즉 쓰시마섬이 우리 땅이었음을 증명하는 역사적 근거를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이야기가 심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의정부시의회가 우리의 대마도 영유권을 주장하며 일본 정부에 반환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참이었다. 창원시의회도 지난달 중순에 ‘대마도의 날’ 조례 제정 기념식을 열고 우리 영유권을 재차 강조했다.

이 같은 대마도 반환론에 대해 주변 지인들은 대부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지방의원들이 ‘한 건’ 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주장을 함으로써 한·일 관계를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대학에 재직하는 한 한국인 교수는 “일본이 북한 핵을 빌미로 군사 무장을 강화하려는 참인데, 대마도 반환론 등은 또 다른 명분을 줄 수 있다”고 걱정했다. 한국에 우호적인 일본 지식인들이 불쾌하게 여길 수 있다고도 했다.

이들의 우려에 고개를 끄덕거리면서도 항심(抗心)이 솟구치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대마도 반환론이 이 시점에서 왜 불거졌는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 우익의 망동 때문이 아닌가. 일본 우익은 평화 헌법을 바꿔 무장 강화를 꾀하려고 갖은 핑계를 찾고 있다. 그들의 발호는 일본의 제국주의가 얼마나 뿌리 깊은 것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한다.

일본 제국주의 강점기에 한국 역사상 고토(古土) 회복론이 가장 활발했다. 일제의 폭압에 맞서 민족 자주성을 고취하기 위해 반도를 벗어나 대륙에 뻗어있던 고토를 되찾아야 한다는 대륙사관을 강조했다. 이른바 재야 사학자들은 옛 사료를 모아서 한국사의 상한선을 1만 년 전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건국 이후 초대 문교부 장관을 지낸 안호상 박사가 저서를 통해 ‘동이족(東夷族)이 중국 황하(黃河)문명의 주인공이었다’고 주장한 것은 그 맥을 이은 것이었다.

물론 일부 재야 사학자의 과도한 국수주의는 비판 대상이 되기도 했다. 엄밀한 실증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우리 역사를 진취적으로 바라보는 정신만큼은 후대에 면면히 전해졌다. 역사 연구자들이 대마도가 우리 땅이었음을 뒷받침하는 객관적 자료를 유럽과 미국 등에서 최근 잇달아 발견한 것은 그 덕분일 것이다.

현대사 연구자들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건국 후 3일만에 일본 정부에 대마도 반환을 촉구했다는 사실에 새삼 주목하고 있다. 이승만은 임기 중에 똑같은 주장을 수 차례 일본 측에 제기했다.

1965년 한일협정을 체결한 이후 한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대마도 반환론을 초들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당대 한국인들 대부분이 정부의 침묵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고토 회복론이 외교 마찰을 빚어 한·일 양국의 평화를 해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일본이 독도 강점 야욕을 계속 고집하고, 재무장해서 제국주의의 길로 간다면 달라질 것이다. 우리 정부가 대마도 반환론에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우익의 망동을 대내외 전략에 활용하고 있는 일본 정부와 지도층은 알아야 한다. 한국의 민족사관은 일본 제국주의의 야욕을 먹고 자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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