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결국 북한 핵실험·미사일 발사 도발을 응징하기 위해 칼을 뽑아들었다. 이란식 ‘세컨더리 보이콧(Secondary Boycott)’을 북한에도 적용하는 제재조치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고강도의 칼날을 품고 있다. 미국 의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제재결의안 추진, 미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행정명령 형식의 제재방식과 맞물려 3단계 입체적인 루트로 입법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해왔다.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대량파괴무기(WMD) 개발과 관련돼 제재를 가하는 방식은 이란에 적용하는 ‘포괄적 이란제재법’이 가장 강력한데 이와 유사한 수준의 ‘포괄적 북한제재법’이 조만간 만들어진다는 의미다. ‘북한·이란 커넥션’을 통해 국제사회의 이단아 취급을 받고 있는 두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고립되는 길로 접어들고 있는 국면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방식의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미 의원은 에드 로이스(공화·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이다. 로이스 위원장은 미 의회의 휴회기간이 끝나는 이번 주까지 법안 성안작업을 마무리한 뒤 다음주 중에는 의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스 위원장은 법안에 담길 내용, 즉 강력한 대북제재 수단에 대한 의견수렴을 위해 지난 1∼2일 방한한 바 있다. 정부 관계자, 정치권 인사들과 두루 회동을 하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번에 만들어질 ‘에드 로이스 법안’ 또는 ‘포괄적 대북제재법안’은 지금까지 나온 미 의회 입법안을 포함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조치로 보면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5일 미 의회에서 통과된 ‘북핵확산금지법안’의 경우 기존의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안 2087호에 위임받은 제재내용을 명문화하거나 미 행정부에 대한 의회 보고를 지시한 정도라면 ‘에드 로이스 법안’은 보다 직접적으로 북한에 타격을 가하는 법안이라는 뜻이다. 세컨더리 보이콧 방식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업·금융기관과 미 금융기관 간의 거래를 금지하는 방식으로 간접적 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이는 제재대상이 보다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늘어나면서 북한의 돈줄 차단에 막강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다.

관건은 이번에도 역시 중국이다. 중국 내에만 해도 북한이 지하경제에 숨겨놓은 위장회사만 70여 개, 중국 지방단위까지 비밀리에 개설한 가·차명계좌가 150여 개에 달하고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의 상당수가 중국기업이기 때문이다.

로이스 위원장의 입법안 내용에 대한 고민도 이 지점에 있다. 중국이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결의안에 동참할 경우 미 의회에 제출할 법안 내용이 다소 조정될 여지가 있으나 현재까지 상황에서는 이도 기대난망이다.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가능성이 없다는 게 한·미 양국의 판단이라는 점에서 실제 검토되고 있는 강력한 제재조치들이 약화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김상협·이화종 기자 jupit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