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와 부총리,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각종 의혹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청문회 지원에 나선 공무원들은 “이렇게 다양하고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은 처음”이라며 혀를 내두르고 있다. 한편으로는, 후보자 개인 비리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정부가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20일 각 정부 부처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지원하라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각 부처는 기획조정실을 중심으로 청문회팀을 꾸려 제기된 각종 의혹들에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공식 지원팀까지 꾸려 후보자들의 의혹 해명에 발벗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혹들은 국무총리실과 기획재정부, 국방부, 법무부 등 주로 ‘힘 있는’ 부처 후보자들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총리실은 15명 인력이 5개 팀으로 나뉘어 낙마한 김용준 후보자부터 정홍원 후보자의 재산과 자녀병역 문제 등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공식해명자료만 벌써 4차례나 내놨다.

재정부 역시 현오석 부총리 후보자에 대한 자녀 병역 및 아파트 분양, 저축은행 예금인출 등 각종 의혹에 대응하느라 직원들이 밤잠을 설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서승환 후보자와 신설되는 해양수산부 윤진숙 장관 후보자의 의혹까지 전담하고 있어 더 정신이 없다. 후보자들이 지명된 17일부터 병역 문제 등에 대해 해명자료를 쏟아내기 시작해 지금까지 5∼6건의 공식 해명자료를 내놨다.

국방부 역시 장관 후보자 의혹 해명에 가장 바쁜 부처 가운데 하나. 특히, 김병관 후보자의 경우 다른 부처 후보자의 의혹을 합친 것보다 많다. 20일까지 김 후보자에게 드러난 것만 20여 개 정도. 드러난 의혹을 일일이 해명할 수밖에 없어 국방부 청문회 준비팀은 눈코 뜰 새가 없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바라보는 검찰 관계자들도 곤혹스럽다는 분위기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검찰내 신망이 두터운 황 후보자마저 병역면제 논란과 투기의혹 등에 휩싸인데 대한 실망감 또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황 후보자 같은 사람까지 논란의 대상이 될 줄은 몰랐다”며 “도대체가 고관대작들은 다들 왜 그런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여성가족부는 진영 후보자와 조윤선 후보자에 대해 별다른 의혹이 제기되지 않고 있지만, 조 후보자가 1998년 구매한 인천 부평구 토지에 대해 증여세 문제가 불거져 여성부 직원들이 해명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의혹들이 제기되다 보니 정부로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며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의혹들이 이렇게 많이 쏟아져 나오기는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정부가 후보자들의 개인 비리 의혹을 일일이 해명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인사청문회법이 공직 후보자들에게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개인의 비리 의혹을 해명하는 일까지 행정력을 동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임대환·한강우 기자 hwan9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