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경제정책 방향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브레인 역할을 해온 두 축인 김종인 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21일 분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특히 차기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게 될 인수위원장에 김 전 위원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면서 두 사람의 경제민주화를 둘러싼 대립이 또 한 번 주목받는 상황이다.

김 전 위원장은 “인수위에서부터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주장인 반면 이 원내대표는 경제위기 상황임을 전제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고래등 같은 집을 짓게 생겼나”라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사석에서 기자에게 “경제민주화는 후보가 공약한 사안인 만큼 인수위 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해야지 정부출범 후에 시작하면 늦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전날 CBS라디오에 나와서도 “인수위가 발족하고 국정의 전반적인 우선순위를 설정할 때에 경제민주화도 빠질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에 경제민주화 어떻게 추진할까 논의하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다시 한번 거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존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과 관련해서도 “제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순환출자는 인정하자는 박 당선인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데 많은 돈이 들어가는 것은 아닌데 당선인이 잘 못 알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전 위원장의 주장처럼 인수위에서부터 경제민주화정책을 강하게 추진하려면 그가 직접 인수위에 들어가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당 안팎에서는 많다.

당선인 주변에서는 현재 김 전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추진방향과 코드를 맞출 수 있는 인사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인수위원장 제안을 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그거야 그런 상황이 오면 생각해볼 수는 있겠지만 저한테 그런 책무가 주어지리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성장주의자인 이 원내대표는 인수위를 포함한 차기정부의 최우선 경제과제가 위기극복임을 강조하면서 경제민주화정책은 효용을 다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성장주의를 추진해온 전문가나 관료그룹이 주도해야 한다는 것이 이 원내대표의 생각이다.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짰던 인물들은 가능하면 제외돼야 한다는 것도 그의 생각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날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경제민주화와 관련 “당선인이 하려고 한 것은 다음 정부에서 해야 할 텐데 그것도 경제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면서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고래등 같은 집 짓게 생겼나”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이 인수위에서부터 경제민주화를 강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감이 없다. 지금 그런 이야기 할 때가 아니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한 사적인 자리에서도 최근 차기정부 경제정책의 밑그림을 그릴 전문가들의 진용과 관련해 “내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엑스퍼트(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세계 경제가 심각한 불황이고, 지금 필요한 것은 이런 난국을 어떻게 타개하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방승배·민병기 기자 bs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