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된 소비 침체와 환율 하락에도 고가 수입 브랜드들이 ‘묻지마 식 가격 인상’을 강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의 ‘베블런 효과’(허영심 등 비합리적 요인으로 비싼 제품이 오히려 더 잘 팔리는 현상)를 이용한 이익 챙기기 상술이라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브랜드 프라다는 이날 가방·지갑 등 제품 대부분의 가격을 평균 2% 인상했다. 이 중 인기모델의 인상률은 최대 6∼8%를 넘어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라다가 가격을 올린 것은 올 들어서만 해도 벌써 세번째다. 프라다는 지난 2월 3.4％, 8월에도 3.0~5.0％ 각각 올린 바 있다.

프랑스 루이비통은 10월 22일 16개월 만에 가방·지갑 제품 가격을 평균 3.0% 올렸다. 같은 달 3일에는 계열사 화장품 메이크업포에버의 300개 제품 가격을 평균 5.5%나 인상했다. 프랑스 샤넬도 10월 1일 대표 향수 ‘넘버5’ 등 20개 상품 가격을 평균 8% 인상했다. 앞서 2월에는 가방·지갑 등 가격을 평균 10% 이상 인상했다. 샤넬이 이들 제품의 가격을 올린 것은 최근 3∼4년 동안만 해도 벌써 다섯번째였다.

수입 브랜드들이 수시로 가격을 인상하는 통에 샤넬 가방 ‘2.55빈티지 라지’ 가격만 해도 2008년 300만 원대에서 올해 700만 원대로 두 배 이상 뛴 상황이다.

한 유통 전문가는 “한국 소비자가 지금처럼 수입 브랜드를 맹신하면 할수록 ‘봉’ 취급을 당할 수밖에 없는 구도”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